보건복지가족부의 아동 관련 업무가 여성부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당초에는 복지부의 가족과 청소년 업무만 여성부로 넘기려고 했지만 아동과 청소년, 가족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동 업무까지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2년 전 부처의 존립까지 위태로웠던 여성부가 기사회생한 반면 복지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사실 올해 초 청와대로부터 여성부 확대 방침이 흘러나오면서 가족·청소년 업무가 넘어간다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지만 복지부가 아동 업무까지 뺏길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적었다. 복지부의 수장이 전재희 장관이어서다.
전 장관의 파워는 각 부처 장관들 중 최고로 꼽힌다.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이 재정 총지출 증가율의 2배가 넘은 것도, 중증장애인 연금이 내년 7월부터 도입되는 것도, 우리나라 경제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야심작인 영리의료법인 도입이 지지부진한 것도 전 장관이 버티고 있는 덕분이다. 예산을 무기로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 ‘갑’이 되는 재정부조차 “복지부와의 예산 조율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로 업무 이관 과정에서 복지부의 위세는 대단했다. 아동 업무만은 내놓을 수 없다는 전 장관의 주장에 백희영 여성부 장관이 “가져오고 싶지만 제가 너무 힘이 없다”고 토로했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가 뒤바뀐 것은 여성계와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아동·청소년·가족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그러려면 아동 업무는 물론 보육 업무도 여성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결국 이런 의견은 대세가 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아동 업무까지 넘기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중장기적으로 보육과 저출산 분야도 넘긴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과만 보면 윤증현 장관도 못 이기는 전 장관을 가장 작은 부처의 백 장관이 누른 셈이다.
일각에선 전 장관이 더 큰 것을 위해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여성부가 가장 원하는 것이 보육 업무이니만큼 아동 업무를 순순히 내어주면서 상대적으로 ‘파이’가 큰 보육 업무는 지키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육이 당초 여성부의 ‘영역’이었음을 감안하면 복지부가 아동을 떼어준다 해도 큰 손해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로선 각 부처의 유불리를 떠나 복지 행정을 원칙 없이 나누고 쪼개는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복지분야의 한 전문가는 “지금 조직개편의 논리를 보면 2년전 업무를 쪼갤 때 동원된 명분과 똑같다”면서 “정부 정책은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