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권 노조 강성 물갈이?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7 22:10

수정 2009.12.07 22:10



연말·연초 대거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둔 금융권이 '최대 격변기'를 맞을 전망이다.

현 한국노총 소속의 금융산업노동조합 등 산별 단체에 대한 지부 노조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4일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에 현 정부 간섭에 반대하는 강성 노조가 당선됐다. 그동안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와 임금삭감 등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온 현 노조에 대해 조합원들의 비판이 고조되면서 은행권과 공기업 노조 기류에도 강성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에는 기존 위원장 연임에 반대하고 현 정부로부터 경영 자율권을 공약으로 내건 소위 '강성' 노조가 당선됐다. 현 노조가 각종 정부의 금융공기업 경영권 침해 정책에 대해 제목소리를 못낸다고 보고 기존 집행부에서 빠져나왔던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당선된 차기 노조 측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공약으로 내걸고 경영에 대해 심하게 침해하는 것을 막고 국책은행으로서 경영의 자율권을 보장하자는 것이 정부에 대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9월 하나은행의 경우 노조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내년 은행권 전망이 다소 밝아지면서 대다수 은행 노조들은 경영합리화 차원의 자구노력 대신 영업환경 개선, 퇴근시간 보장, 시간외근무 지원 등 이익을 잘 대변할 노조위원장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위원장 선거는 오는 10일 기술보증기금을 시작으로 11일(신한은행), 18일(신용보증기금), 2010년 1월(수출입은행), 10월(금융산업 노동조합), 11월(국민, 우리은행), 12월(한국씨티은행) 등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이어진다.

특히 오는 11일 신한은행 선거에도 다소 강성인 위원장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러한 은행권의 움직임은 내년 금융노조 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은 이미 지난해 올해 임담협까지 치르며 임금 동결을 이끌어낸 현 노조가 '급여 삭감'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은행권 중 예외적으로 복수노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은 조합원과의 교섭을 미루고 있어 일단 임금삭감을 안한 상태다. 이러한 은행권의 성향으로 볼 때 내년 금융노조 역시 강성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지부 노조 관계자는 "실제 임금삭감으로부터 동결을 지켜내지 못하고 천막농성 등으로 시간만 끌고 있는 현 금융노조에 대해 각 지부들의 불만이 상당히 고조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공기업 중 이러한 임금삭감 문제로 노사간 갈등의 골이 가장 깊은 곳은 예금보험공사다. 노조의 반대로 금융공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임금삭감을 못한 예보 측은 지난 7월쯤 노조측에 단협 해지 통보를 한 상태여서 노조의 반발이 더 거세졌다. 노조측은 최근 사측에 소송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예보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5% 임금 삭감을 주장하는 근거는 그동안 '신의 직장'이라고 국민으로부터 따끔한 눈총을 받는 금융공기업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동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집단 이기주의로 예보만의 복지를 지키려다가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노조가 현직 사장이 KB금융지주 후보자로 나서면서 다소 갈등이 예고됐지만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최근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며 일단락됐다. 이 사장은 "미안하다.
앞으로 심기일전하여 주어진 소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e메일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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