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대학가 열악한 노동환경 자성해야”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8 19:01

수정 2009.12.08 19:01



지성의 요람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학내 노동자들의 척박한 근무환경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대부분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임시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에서 미화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58·여)는 “일하는 사람들은 업체나 학교 측에 불만이 있어도 요구하는 일이 드물다. 간혹 요구를 한다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냥 참으며 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모습은 오늘날 캠퍼스 내 열악한 용역 근로환경의 한 단면이다.


또 다른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미화노동자로 일하는 김모씨(56·여)는 “비정규직으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노동환경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용역업체의 횡포가 심하던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일하는 데는 변함없다”고 전했다.

모 대학 건물 관리 노동자로 일하는 이모씨(59)는 “24시간 격일 근무하다 보니 힘들 때가 많지만 건물 관리하는 사람들은 새벽에 틈을 내 쉬는 데 비해 도서관 등에 있는 사람들은 잘 쉬지도 못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근무환경이 개선됐으나 용역업체를 통해 계약된 비정규직 노동자들로서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학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학생들이 나서기도 한다. 이화여대 학생모임인 ‘신바람’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알리고 함께 고민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이달 초 사진전을 개최했고 연세대 학생모임 ‘살맛’은 지난 2007년 미화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인사를 통보한 용역업체와 직접 협상을 벌여 해당 노동자의 복직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이 같은 관심이 일시적이라면 학내 노동자들의 고용을 맡고 있는 용역업체와 학교 측의 관계는 견고하다. 서울시내 A, B 대학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미화노동자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교내 폐지 판매와 분리 수거로 인한 수익을 인정해주던 관행을 없애고 용역업체가 주관하도록 했다. 용역업체를 통해 관리되는 수익은 학교에 다시 돌아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대학생들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최모씨(26·행정학과)는 “수업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등을 학문적으로 배우는 데 비해 가장 가까이 있는 학내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의식 있는 학생들이 그들의 권리 확보에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 많은 학생이 주변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정모씨(26·경제학과)도 “학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낮은 임금과 간접고용으로 인해 발생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학생들의 연구와 학업을 도와주는 사람들인만큼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데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asam1225@fnnews.com 정윤식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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