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시부사와 에이치/사과나무)
시부사와 에이치(1840∼1931)를 아는가. 흔히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도덕과 경제는 결국 하나’라는 이른바 ‘도덕 경제 합일론’ 때문이다. 미쓰이, 이와사키, 스미토모 등 메이지 시대의 창업자들과 달리 시부사와는 재벌을 만들지 않았다. “개인의 이익을 좇지 않고 국가와 사회에 이익이 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이런 그의 생각 밑바탕에는 어쩌면 경제와는 거리가 먼 듯한 공자의 가르침이 깔려 있다.
시부사와는 한 손에는 논어(도덕경영)를, 또다른 손에는 주판(이윤추구)을 들었던 경세가이자 기업가였다. 그는 제일국립은행 외에도 도쿄가스, 도쿄해상화재보험, 오지 제지, 제국 호텔, 게이한전기철도, 기린맥주 등 다양한 기업의 설립에 간여했다. 그러나 76세에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91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회공헌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언뜻 보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논어와 주판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삶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사과나무 펴냄)은 시부사와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썼던 ‘논어와 주판’의 한글판이다. 80여년 전 일본에서 쓰인 책이기 때문에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기업을 일으키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1만3000원.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