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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나라당 노조법 개정안은 후퇴안”



한나라당이 지난 8일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가 일제히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산업계는 개정안은 노사정 합의사항이 대부분 그대로 반영됐지만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와 관련된 조항은 도리어 후퇴했다며 문제가 되는 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임자 임금 금지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는 임금의 손실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았다.

노사정위원회 이에 앞서 지난 4일 타임오프제를 전제로 내년 7월부터 사측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었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도 타임오프제를 통해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재계 일각으로부터 '원칙에서 후퇴한 합의'라는 비난을 받았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이에 더해 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임금지급 가능성을 더욱 활짝 열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조는 단체협약에 의해 사측으로부터 임금을 받으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근로자를 둘 수 있다.

또한 개정안은 임금을 받으며 할 수 있는 노조활동을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로 광범위하게 규정해 놓았다. 특히 이 문구는 기존 법률에서도 인정하지 않았던 노조 자체 활동까지 법적으로 유급을 인정하고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노조는 향후 단체협약을 유리하게 맺기만 하면 현재와 똑같이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사측으로부터 고스란히 받아낼 수 있다. 게다가 회사마다 복수노조가 설립되면 사측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노조전임자의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노조에 대해 단체협상으로 전임자 임금지급을 관철하든지, 사용자를 '압박'해 동의를 받아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와 관련해서 단체협약을 유리하게 맺으려는 노동계의 강경투쟁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영자총협회 최재황 홍보실장은 "타임오프제도 도입에 대한 대원칙이 세워진 만큼, 구체적인 항목의 설정은 반드시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되야 한다"면서 "향후 법안심사과정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교섭력이 센 강성노조에 밀려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전임자 임금 지급을 명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현행 법대로 임금 지급 금지 취지를 인정하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번 개정안에서 '통상적인 노조관리'와 '단체협약에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라는 문구는 향후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