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난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태평로2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경제학 권위자 일본 교토대 시오지 히로미 교수는 한국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전환을 제안했다. 시오지 교수는 먼저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과연 상생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화론의 대가인 이마니시 긴지의 ‘공존론’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소기업 간 상생은 가능할뿐 아니라 서로의 경쟁력도 높여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오지 교수는 특히 한국 중소기업에 일본 ‘교토 기업 방식’을 벤치마킹하라는 조언도 했다.
그는 “한국 중소기업은 일본 교토 기업 방식의 특성을 살려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경영 방식 상 교토 기업의 특징은 최종 제품이 아니라 부품 등 제품을 통일해 다수 대기업에 공급하는 상생협력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교토의 경우 8세기 헤이안쿄 이후에 전통 공예가 발달돼 역사가 깊고 역사적으로 정밀가공 기술이 축적돼 있다”며 “이런 역사적 기술의 집약들이 대기업에 편승하지 않고 독자적 노선을 걸어 온 교토 기업들의 경쟁력을 탄탄하게 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아울러 “경영에 성공한 교토 기업으로 닌텐도, 다이마루 백화점, 시마즈 제작소, 다키이 종묘 등이 있다”면서 “특히 닌텐도는 지난 1889년에 창업할 당시 화투 카드 제조로 출발해 지난 1980년대 겜보이, 패미콤 등을 거쳐 ‘위’의 폭발적 판매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라고 들려줬다.
시오지 교수는 한국 대기업들이 많이 취하고 있는 ‘도쿄 기업 방식’에 대해 “교토 기업의 경영 방식과 한국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도쿄식 기업’의 경영 방식이 공존 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대기업에 적합한 ‘도쿄 기업’의 경영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시스템이 잘 자리잡고 있어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오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경기침체 위기 대처 방안이 달랐던 것에 대해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성장 중인 신흥시장에 대해 효과적인 마케팅 및 가격전략을 구사한 것 같다”면서 “인도시장에서 삼성의 마케팅 및 가격 전략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