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中企,정책자금으로 시설투자 ‘얌체짓’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1 17:37

수정 2009.12.11 17:37



정부가 회생 가능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일괄 ‘신용보증 만기연장’ 조치와 ‘패스트트랙(Fast Track·긴급 유동성 지원) 제도’를 연장하면서 정책자금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얌체 기업들이 저리의 정책자금을 구조조정 등에 쓰기보다는 투자나 자산운용 등에 유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거나 경영 정상화 이후에도 낮은 금리 등 좋은 조건을 장기간 수혜받는 경우도 발생해 정책자금의 ‘모럴 해저드’에 대한 감시·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독당국은 상시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채권은행들은 손실 부담과 경기 불안에 따른 정부 정책이라는 점 때문에 선뜻 대출회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는 입장이어서 정작 영세 자영업자나 회생 가능한 중기가 혜택을 받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책자금의 ‘유용’이 발생하면서 ‘사각지대’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 경기도 소재 일부 중소기업들이 긴급유동자금을 제외하고 워크아웃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기업 회생에 쓰여야 할 자금을 경영 상태가 호전 기미를 보이자 시설을 늘리거나 다른 곳에 투자자금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정책자금을 받아 기업이 회생했는 데도 돈을 갚지 않고 좋은 조건의 자금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경우도 발생해 정책자금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심지어 관계회사에 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중소기업 특성상 개인 오너나 가족 경영이 많아 워크아웃 시 자산 매각, 인력 조정을 꺼리는 점도 작용한 탓”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자금에 기생해 기업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엉뚱한 곳에 유용하는 모럴해저드 발생 기업에 대한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실적 쌓기에 급급한 금융당국도 정책자금 운용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자금을 방치해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기 신용평가에서 한계기업인 D등급을 제외하고 워크아웃 절차를 받는 C등급 이상 중기들 중 일부에서 생겨나고 있다. 대출금 등에 대한 상환이 자동 연장됨에 따라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는 저리의 정책자금을 갚을 필요 없이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리스크 관리부 L 상무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해당되지 않지만 그런 얌체짓을 하는 기업들이 일부 생겨난다”며 “관련부서 실무자들이 경영 상태를 파악하다 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정부가 중기 지원을 위해 내놓은 정책인만큼 채권은행이 상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H은행 관계자는 “실제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비상 금융지원 대책들이 일괄적으로 연기되다보니 그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정책자금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채권은행은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대외 여건이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 정부가 중기에 대한 지원을 연장한 만큼 경영 상태가 일부 나아진 점을 이유로 구조조정이나 대출상환, 신규 대출중단 등 강한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손실부 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초 기업을 평가할 때 퇴출 대상인 D등급인 곳에 C등급을 매긴 일부 사례도 있어 손을 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이뤄진 중소기업 1차 신용위험 평가(여신규모 50억원 이상∼500억원 미만)에서 C등급으로 분류된 77곳 가운데 9곳은 워크아웃을 진행하지 못했고 이 중 2곳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사정이 이쯤되다보니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차례로 이뤄지는 은행들의 검사 때 기업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자세히 점검하고 소극적인 구조조정으로 손실을 안게 되는 은행은 제재한다는 방침을 뒤늦게 세웠다

이와 관련, K은행 관계자는 “유예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기업회생 프로그램으로 현재 신규로 자금을 잘 못받는 기업을 도와줘야 한다”며 “기존 정책의 혜택을 받는 기업보다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 지원에 은행들이 앞장서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toadk@fnnews.com 김주형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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