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외고 개편안 미봉책 논란 증폭/조윤주기자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1 18:35

수정 2009.12.11 18:35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존폐 논란이 뜨거웠던 외고 학교 규모를 줄여 존속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특히 외고측이나 폐지론자 모두 이번 개편안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 정부가 오히려 분란만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일 교과부가 최종 발표한 ‘외고 체제 개편안’의 핵심은 학생 수를 현재보다 20∼30% 줄이고 유지하거나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등으로 전환하게 한다는 것. 또 그동안 말이 많았던 외고 입시에 문제가 됐던 구술면접 등을 금지하고 경시대회 성적 등 반영을 제한하는 한편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내신에는 중 2∼3학년 영어성적만 반영하도록 했다.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교육계 안팎의 반응은 ‘반발’로 요약된다. 찬반론자들이 같이 비판하는 것을 보면 일견 양측에 ‘공평한’ 개편안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보다는 ‘이도 저도 아닌 미봉책’으로 시각도 제기된다.

우선 외고측의 반발은 학생 규모를 약 30%를 줄이게 되면 재정적 타격 등으로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외고측은 “학생 수를 대폭 줄이라는 것은 문 닫으라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외고 폐지론자들의 주장은 좀더 본질적이다. 정부가 외고 존폐 논란의 핵심이었던 외고 선발권을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학생 수 감축 규모도 시안보다 촉소해 사실상 외고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 ‘용두사미’ ‘눈 가리고 아웅하는’식의 ‘땜질 처방’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특히 외고 문제가 외고 입시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확대되는 사교육 과열현상 때문에 촉발됐다고 본다면 교과부의 이번 개편안은 더더욱 미흡하다.

우선 학생 수를 줄이는 문제는 오히려 외고 입시 경쟁률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로 입시 사교육을 잡는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쓰이는 이 제도는 아직 그 실효성이나 신뢰도를 검증받지 못했다.

정보가 부족한 입학사정관제가 올해 대입부터 대폭 확대되면서 이를 위한 고액 컨설팅 등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외고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전면 도입된다고 사교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는 교육 주체는 사실 거의 없다.

이 정도의 ‘타협안’으로 외고 문제가 해결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교육에서 섣부른 미봉은 또 다른 문제만 불러올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yjjo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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