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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통한 한미銀 인수 무산



우리금융지주와 리딩투자증권의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미국 최대 동포은행인 한미은행 인수가 무산됐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금융기관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 로스앤젤리스지역의 한미은행 대주주로서 PEF 형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라 우리금융지주와 리딩투자증권의 PEF를 통한 한미은행 인수가 사실상 물건너갔다. 대신 우리금융은 PEF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인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FRB 사정에 밝은 모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FRB로부터 인수 승인을 못 받아 PEF를 통한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는 취소됐다”며 “투자가 되더라도 개별적으로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총 2억달러 규모로 한미은행을 인수할 리딩투자증권 사모펀드에 우리금융그룹이 참여키로 결정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우리금융지주와 리딩투자증권은 한미은행이 발행하는 신주 50% 이상을 인수키로 하고 우리금융지주는 약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이 중 200억원을 우리은행이, 100억원을 우리투자증권이 투자를 담당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로스앤젤레스지역에 본점을 둔 한미은행을 인수해 미 동부지역에 진출한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과 함께 미 서부지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 FRB의 반대와 함께 현지 한미은행의 부실문제, 인수측과 피인수측의 갖가지 사건 등이 겹치며 인수의 악재로 등장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올 3·4분기 5970만달러의 순 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초 밝혔다. 발단은 한미은행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및 상업용부동산유동화증권(CMBS) 관련 부실위험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은행은 미국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도 받고 있어 유상증자도 시급한 상황이다. 캘리포니아 금융감독국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올 12월 31일까지 자기자본 비율이 자산 대비 7% 이상, 내년 7월 31일까지 9% 이상 그리고 내년 12월 31일까지 9.5% 이상으로 맞춰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또 다른 추가 조치가 취해진다. 게다가 파생상품투자로 명성이 높은 리딩투자증권 오너에 대한 평판도와 갑작스러운 한미은행 매각 담당자의 자살도 인수 분위기를 가로막았다.

한편 한미은행의 인수가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방법을 달리해 재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한미은행 주가가 최저점(1달러60센트) 대비 현재 주당 5달러로 오르고 미국 내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는 것도 인수 전망을 밝게 했다. 게다가 한미은행은 2억달러에 달하는 자본금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은행은 보통주와 우선주, 채권, 신주인수권, 해외증권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시 또는 분할해 자본금을 조달할 예정이어서 국내 은행의 투자유치가 시급한 것이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