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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참아라?.. 아이폰의 고집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3 16:46

수정 2009.12.13 16:46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는 소비자도 모른다. 제품을 직접 봐야 그것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아이폰’ 개발회사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경영권 분쟁 이후 지난 1997년 회사로 복귀한 직후 한 말이다. 이 말은 애플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혁신을 가속화하는 동기로 작용했지만 ‘애플은 소비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풀이됐다. 실제로 애플은 세계시장에서 단일 플랫폼 및 서비스 전략을 지나치리만치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국가의 제도나 이용자의 습관, 요구는 모두 무시되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제품 스펙을 그 나라 제도와 소비자 요구에 맞게 적극 수정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당장 한국에서도 애플은 제품을 파는 것부터 예약판매제를 고집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손에 넣으려면 며칠에서 몇주씩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아이폰을 화제로 만들기 위해서다.

기능성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아이폰으로 통화를 한 뒤 남는 전화번호 목록에서 번호를 개별로 삭제할 수 없다. 전체 목록을 삭제하거나 강제로 잠금장치(폰록)를 해제한 뒤 유료 소프트웨어를 깔아야 번호를 하나씩 지울 수 있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송신자의 번호를 바꿀 수 없다는 점도 불편사항이다. 또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한글 45자(영문 90자)가 넘어도 단문 문자메시지(SMS, 건당 20원)에서 장문 메시지(LMS, 건당 30원)로 바뀐다는 표시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은 사용자들의 사생활, 이용요금에 대한 불만을 유발한다.

아이폰의 매력적인 외관에 반해 제품을 구매한 이들 중 상당수는 크랙(미세한 균열) 문제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제품 외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현상인데 아이폰 이용자 커뮤니티에 이런 사진이 올라오는가 하면 무상교환(리퍼비시) 대상이 되는지 정보를 주고받느라 바쁜 모습이다. 크랙은 교환 기준 여부가 모호한 상황이다.

아이폰은 시스템 소리를 낮추거나 진동모드로 전환하면 사진 또는 동영상 촬영시 ‘찰칵’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소음이 있는 지하철에선 옆 사람조차 듣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휴대폰은 ‘몰래카메라’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60∼68데시벨(dB) 이상의 촬영음을 내거나 다른 사람이 인식할 수 있도록 빛을 내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이폰은 이를 무시한 것.

사후서비스(AS)도 현지화와 거리가 멀다. 아이폰은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가 불가능해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 1년 동안은 무상교환이 적용되지만 소비자 과실이면 26만원가량의 현금을 내야 한다.
보완책으로 KT는 2년 동안 월 2500원을 내면 AS 비용을 보장해주고 제품 분실 시 최대 55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아이폰 전용 보험서비스를 내놨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요구에 밀착 대응하지 않는 애플의 자세로 인해 아이폰 서비스 회사인 KT는 이용자들의 불만들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형편이다.
이는 아이폰이 범용 스마트폰으로 자리잡는 데 방해요소가 될 전망이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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