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내년 경제성장률을 4.6%로 전망하면서 국내외 주요 경제예측기관의 경제전망치 발표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포함해 국내외 예측기관이 내놓은 전망치의 주요 특징은 한국경제의 회복세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망 시점이 최근일수록 ‘낙관론’의 색채가 짙고 정부와 한은 등 공공성이 강한 기관의 전망이 오히려 좋다는 것이다. 국제기구, 즉 해외에서 보는 한국경제 전망도 낙관론에 가깝다.
■전망시점 최근일수록 성장률 높다
13일 본지가 국내외 경제예측기관의 내년 경제전망을 집계해 본 결과 전망 시점이 최근에 근접할수록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5%에 가깝거나 5%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2일 경제전망을 내놓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5.5%로 잡았다. 올해도 0.2%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일 경제운용목표치를 내놓은 정부는 5% 성장을 자신했다.
지난 11일 전망치를 내놓은 한은은 올해 0.2% 성장, 내년 4.6% 성장, 2011년 4.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지난 10월 16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던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3.2%로 잡았다. 올해 성장률도 -0.8%로 추정했다. 지난달 26일 전망치를 공표했던 삼성경제연구소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3%이고 LG경제연구원(12월 7일)은 4.6%다.
이처럼 전망 시점이 최근일수록 대체로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진 것은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올 3·4분기 경제성장률 집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말 한은이 내놓은 속보치에는 올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2.9%였지만 12월 내놓은 잠정치(사실상 확정치)에서는 3.2%였다.
10월 속보치에는 3·4분기 3개월 중 9월 기업실적 등은 샘플기업 중심으로 조사해 추계를 내 2.9%라는 숫자를 내놨지만 잠정치는 전체 기업을 조사했다.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3.2%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올해 말에 근접할수록 경기흐름이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올 3·4분기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보인 이후 10월, 11월 그리고 12월 초에 들어서도 수출이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소비쪽에서도 꾸준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인 IMF, OECD, 세계은행도 전망 시점이 최근에 근접할수록 내년 경제성장률을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전망치를 내놓은 세계은행은 내년 한국경제성장률을 3.7%, 같은 달 19일 내놓은 OECD는 4.4%, 이달 8일 내놓은 IMF는 4.5%였다.
특히 OECD는 내년 30개 회원국 중 한국이 최고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소비 등…정부 등 ‘높다’, 민간 ‘낮다’
예측기관별로 내년 경제전망치의 편차가 큰 것은 전망시점에다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소비, 투자 등 민간 영역의 성장률을 높게 보면 그만큼 경제성장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내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각각 올해 대비 3.6%, 11.4%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시각을 대변하는 KDI는 4.9%, 17.1%로 예상했다. 이는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보다 모두 높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을 각각 3.1%, 8.2%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고 LG경제연구원은 3.9%, 9.7%로, 한국경제연구원은 2.9%, 9.0%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율을 한은이 9.3%, KDI가 7.9%, 삼성경제연구소가 8.0%로 잡아 민관이 큰 편차가 없다. 다만 설비투자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크다. KDI가 17.1%로 잡은 반면 삼성경제연구소가 8.2%로 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에서는 한국경제의 회복기조가 정부 일각에서 보는 것처럼 빠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내년 취업자 수가 20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10만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한은 170억달러, KDI가 162억달러, 삼성경제연구소가 187억달러, LG경제연구원이 178억달러, 한국경제연구원이 131억달러로 추정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설비투자 증가 추이와 내년 하반기 경기에 대한 전망이 정부·한은과 민간이 다르다”며 “민간경제연구소는 민간이 자생적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보는 반면 한은 등은 민간소비, 설비투자 증가세가 예상보다 좋아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시행에 나서도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