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출구전략 실행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섣불리 출구전략을 실행했다가 ‘더블딥(이중침체)’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부분의 국가는 경기가 확실하게 정상 궤도에 오른 이후에 출구전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EU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론 대세
세계 경제에서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EU는 출구전략에 대해 아직은 이르다는 견해가 대세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동성을 줄이는 것은 새로운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출구전략에 나서기 위해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조지프 개그넌 연구원은 “세계는 조기 출구전략이 아니라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재닛 옐린 총재는 “(미국) 실업률이 앞으로 몇 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뜻을 밝혔다.
지난 3일 “적절한 시기가 되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금리인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해 출구전략 실행 가능성을 암시했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7일에는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회복궤도에 들어섰다고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해 출구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출구전략에 회의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15∼16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 국가들도 출구전략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0∼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올해 마지막 모임을 가진 EU 가입국 정상들은 “(경기)회복이 완전하게 확인하기 전에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EU 정상들은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는 강한 경기회복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출구전략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일본도 경기부양책 유지
중국과 일본도 입장은 다르지만 출구전략 실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경기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출구전략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지속할 뜻을 밝히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에 비해 0.6%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0.4%를 웃도는 것으로 중국의 CPI가 상승한 것은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 11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에 비해 19.2% 증가하는 등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출구전략 필요성이 제기될 만큼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공언했고 부양책 철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경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부양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출구전략은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는 지난 8일 7조2000억엔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추가 경기부양책을 펴지 않는다면 ‘10년 불황’을 겪었던 일본이 다시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서둘러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다.
■호주는 출구전략 지속
한편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올렸던 호주는 경기호조로 출구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호주의 지난달 실업률은 5.7%. 이는 전월 실업률 5.8%는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 5.9%에 비해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호주중앙은행이 지난 1일까지 3개월 연속 금리를 올렸지만 빠른 경기회복세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