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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다가선 한국경제’ 금리 조정이 ‘열쇠’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3 17:20

수정 2009.12.13 17:20



‘출구쪽으로 서서히 다가서는 한국경제, 언제 출구 밖으로 뛰쳐 나갈 것인가.’

정부가 금융위기 와중에서 쏟아냈던 각종 비상조치들을 거둬들이면서 사실상 ‘출구 찾기 모드’로 돌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언제 출구를 벗어나 일상 경제로 돌아가야 할지 정부와 한국은행, 재계와 학계 간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학계가 조기 출구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와 재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은 금리 조정이 출구전략의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출구 찾는 정부·금융기관

13일 정부와 금융계, 재계에 따르면 출구전략이 화두로 급부상한 것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면서부터. 금융위기가 끝났으니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정부는 출구전략 적기 논란 속에서도 올 상반기부터 소리 없이 출구전략을 구사해 왔다. 올 상반기 부동산 대출규제를 단행한 게 출구전략의 시발점. 이어 195억달러나 풀었던 일반 외화유동성을 모두 회수했고 수출입금융용으로 수혈한 108억달러도 대부분 회수했다. 1000억달러 한도로 시행된 은행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 보증은 연말로 종료된다. 공개시장조작대상 증권에 은행채와 일반특수채를 포함시켰던 조치도 1년 만인 지난달 6일 정상화해 16조8000억원의 원화유동성 회수 효과를 냈다.


정부의 내년 재정정책에도 출구전략이 녹아 있다. 내년 총재정지출은 291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2.5%(7조3000억원) 늘었지만 추가경정예산 대비로는 3.3%(10조원) 줄었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 재정집행 진도율도 올해의 65%에서 내년에는 60%로 감속할 예정이다.

■금리인상 시기 뜨거운 감자

출구전략의 하이라이트가 될 금리인상은 벌써부터 핫 이슈다. 일단 내년 1·4분기에 소폭의 금리인상이 점쳐지는 가운데 재계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은행들은 내년 1·4분기에 최고 0.75%포인트까지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적당한 시기에 문을 빠져 나가려면 미리 문쪽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에 대비해 여론 동향을 살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다소 조심스러운 인상이 짙다. 기획재정부 허경욱 제1차관은 “지금 중환자실에서 막 나온 상태인데 뛰겠다고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전했다.

재계와 국내 주요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흐름을 살펴 본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를 초청한 오찬간담회에서 “성급한 출구전략은 그나마 회복되고 있는 우리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신중한 출구전략 시행을 건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국내 600대 기업 중 91.5%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출구전략 조기 시행 반대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 정기영 소장은 최근 대한상의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출구전략은 사실상 이미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타이밍이 중요한데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는 것을 보고 2011년쯤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yhj@fnnews.com 윤휘종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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