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광우병 바로 알자/이주호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3 17:49

수정 2009.12.13 17:49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과 함께 광우병은 폭풍 같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국민의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과학적 검토나 검증 없는 루머의 원인이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 잡혀 있다.

이런 와중에 광우병에 대한 견해를 직접 밝히는 것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원장으로서 어떻게 보면 국민에 대한 당연한 의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우리나라의 가축질병에 대한 연구와 동물 및 축산물 검역의 최고 전문기관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으로서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광우병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86년 영국에서 최초로 발생이 보고되었다. 당시 광우병의 확산 경로를 살펴보면 영국으로부터 살아 있는 소와 동물성단백질 사료인 육골분을 수입한 아일랜드(1990년)를 비롯한 유럽 21개국에서 발생했다. 이후 일본(2001년), 이스라엘(2002년)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2003년)로 이어진다.

현재까지 검증된 광우병의 발생 원인은 육골분 사료라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도축하고 남은 소의 뼈와 부산물로 만든 육골분 사료는 소의 성장을 촉진하고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사용됐다. 더 많은 고기와 우유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과욕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인 것이다.

광우병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근거 없는 소문이나 예단보다는 과학을 믿는 것이 합리적이다. 광우병의 발생 역사를 따지고 통계를 살펴보면 광우병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볼 수 있다.

영국은 광우병이 대규모로 발생하자 육골분 사료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 조치 이후 광우병 발생은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가 육골분 사료를 소에게 먹이는 것을 금지했다. 지난 1992년 연간 3만7000여건이 발생했던 광우병은 지난해에는 125건, 올해에는 14건만이 보고됐다. 사실상 지구상에서 사라질 질병이 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광우병(vCJD)으로 죽은 사람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209명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175명이다. 유럽을 제외한 사망자는 5명에 불과하다. 영국인이거나 영국에 거주한 경험자 중에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현재까지 19만여건의 광우병 발생 사례 중 영국에서만 96.9%가 발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광우병 발생이 줄어들면서 인간광우병도 해마다 현저히 감소했다. 2000년 28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죽었으나 지난해 2명이 그리고 올해는 지금까지 5명이 보고되었다. 인간광우병도 사라지는 추세다. 특정위험물질(SRM)을 도축단계에서부터 걸러낸 결과다. 여기에 강력한 육골분 사료 금지 조치, 광우병 검색 체계 확립 등 광우병 통제 수단이 효과를 본 것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은 그 어느 인수공통전염병(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전염되는 병)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우병이 18만건 이상 발생한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25개국에서 19만건 이상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광우병 발생국의 국민은 광우병에 대해 공포가 심했을 텐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줄었던 쇠고기 소비도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되었다. 반면 2003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산 쇠고기가 아닌 한우 소비가 38%가량 감소하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그 어느 누구도 먹을거리의 안전과 위험성을 과장해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동물과 축산물 검역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현재 광우병 발생 건수가 극히 미미하고 각 국에서 취하고 있는 관리체계 상 광우병 쇠고기가 우리의 식탁에 오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 동안의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과학과 사실에 근거했던 것인지 냉철히 뒤돌아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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