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에서 유랑자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끝내 언제 돌아올지 예측할 수 없는 유랑의 길을 선택했다. 내년 4월 마스터스, US오픈, 그리고 1년 후 등 갖가지 예측이 난무하지만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그의 복귀 시점을 점칠 수 없다. 1996년에 프로 전향을 한 우즈가 선수 생활을 잠시 중단한 것은 무릎 부상 재발과 재활로 2008년 여름부터 올 2월까지 약 8개월간에 걸쳐 투어를 떠났던 것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첫 번째 잠정 중단은 회복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복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신체적 부상이 원인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치유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감정적(emotional) 부상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도덕성에도 치명상을 입었다. 전 세계 골프계가 그의 무기한 활동 중단 발표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가 없는 골프의 흥행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즈는 골프 기량 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완벽’ 그 자체였다. 적어도 지난달 28일 의문의 교통사고와 잇단 외도설이 불거져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문 그의 여성 편력이 드러나면서 세상 인심은 빠른 속도로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물론 더러는 ‘죄 없는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의 요한복음 구절을 인용하며 우즈를 두둔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컸기 때문일 것이다. 3세 때 9홀에서 48타를 쳐 ‘골프 신동’으로 불리기 시작한 우즈는 1991년 미국 주니어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우승(15세)을 거두며 이 대회서 내리 3연패 위업을 달성하며 ‘될성부른 나무 떡잎’의 가치를 여실히 입증했다. 1996년 프로로 전향한 우즈는 시즌 2승을 거두며 신인상을 차지했고 이듬해인 1997년에는 마스터스 우승 등 4승을 거둬 프로 데뷔 42주 만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쾌속 질주를 했다. 이런 파죽지세로 그가 투어에서 거둔 승수는 자그마치 71승(메이저 14승 포함)이다.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메이저대회 최다승에 4승, 샘 스니드가 보유한 PGA투어 통산 최다승엔 11승을 남긴 상태다.
우즈를 대체할 ‘포스트 우즈’가 없다는 것도 이번 충격의 파장이 크게 느껴지는 원인이다. 현재로선 2인자 필 미켈슨(미국)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지만 우즈와 같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다만 황제의 추락이 외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방암에 걸린 아내와 어머니를 위해 투어를 떠났을 정도로 가정적인 미켈슨의 이미지가 우즈와 비교돼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켈슨이 우즈의 공백을 메울 구원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시즌 초반부터 승수 쌓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메이저의 사나이’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새로운 스타 출현도 급선무다. 우선은 올 시즌 ‘차세대 영건’들로 지목되고 있는 젊은피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재미동포 ‘라이언’ 앤서니 김(24·한국명 김하진), ‘유럽의 신세대 강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일본의 골프 영웅 이시카와 료 등이 ‘황제’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지목되고 있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