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fn 이사람] 연예인에서 골프인으로 변신한 리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3 19:34

수정 2009.12.13 19:34



“힘들었던 연예계 생활의 아픔을 치유해 준 게 골프였어요. 골퍼로 새 인생을 살게 돼 기뻐요.”

화려했던 연예인 생활을 접고 골프인으로 변신한 리치(본명 이대용·24). 1998년 열 세살의 나이로 연예계에 데뷔해 가수,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손을 댔던 만능엔터테이너였던 그는 올 초 프로 골퍼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실 미국에서 태어나 기억도 가물가물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했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대회에도 나갔던 주니어 선수였는데 한국에 다니러 왔다가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골프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죠. 하지만 연예계 생활의 생리가 저에겐 맞지 않았어요. 그때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즐거움을 준 게 꾸준히 취미로 즐겨왔던 골프였어요. 그래서 미련없이 골프를 택하게 됐죠.”

그의 도전은 올 여름 스승 양찬국 프로(60)를 만나면서 급물살을 탔다. 양 프로의 지도 아래 영종도에서 합숙생활을 하면서 프로 골퍼의 꿈을 하루하루 구체화 시키게 된 것.

“스승님으로부터 한 번 해보자며 영종도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이틀 만에 서울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영종도로 찾아갔습니다. 가수 생활을 할 때는 밤새 작곡을 하는 불규칙한 생활에 술, 담배에 찌들어 살았는데 골프를 하면서 술, 담배를 모두 끊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됐어요. 골프는 땀을 흘린 만큼 스코어가 나오는 참 정직한 운동인 것 같아요. 스승님을 만나면서 골프 기술뿐 아니라 인생을 배우게 됐고 강남 딴따라가 이제야 정직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오전 6시에 기상해 연습으로 하루를 여는 그는 연습 뒤에는 분당에 위치한 볼빅 본사로 매일 출근한다.

볼빅에 정식 직원으로 입사해 마케팅과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회사측의 배려로 업무를 일찍 마친 뒤에는 다시 영종도로 돌아와 연습장이 끝나는 시간까지 볼과 씨름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일취월장한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3언더. 드라이버 샷 평균 300야드를 날려보내는 장타자지만 퍼팅이 가장 자신있다고 밝힐 만큼 정교한 플레이도 장점이다.


지난 가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3부 투어 2개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기도 했던 그의 당면 목표는 내년에 세미 프로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 물론 가수 리치가 아닌 골프 선수 이대용으로 성공의 열매를 맛보겠다는 원대한 꿈도 품고 있다.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는 너무 긴장을 해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그 때 스승님이 무대 위에서 노래 불렀던 것처럼 경기를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조언을 듣고 난 뒤부터 티잉 그라운드에 서도 떨리지 않게 됐죠. 감이 잡히려는 때에 시즌이 끝나 아쉽지만 내년에는 더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앞으로 프로가 되고 우승도 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열심히 해서 7년 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무대에 서보는 것도 꿈이에요. 그래서 힘든 삶과 도전 앞에서 고민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easygolf@fnnews.com 이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