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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일본차연합’ 현대차 앞길 막나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3 22:12

수정 2009.12.13 22:12

올 한해 주춤했던 유럽차의 대반격이 시작된 가운데 현대·기아차그룹의 앞날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푸조, 피아트 등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이 각각 경쟁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인도, 미국 등 현대·기아차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전략지역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또 친환경차 경쟁에서 현대·기아차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게 됐다.

■“중국, 인도, 미국서 현대차 포위”

유럽-일본차 연합의 강화된 역내 경쟁력이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인도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스즈키 인수를 통해 인도에서의 빅뱅을 기대하게 됐다.
인도의 1위업체인 마루티-스즈키는 스즈키가 1980년 인도 시장에 진출하면서 세운 법인으로 전체 지분의 54.21%를 스즈키가 소유하고 있다. 스즈키의 인도 네트워크에 폴크스바겐의 노하우가 결합되면 지역내에서 높은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인도에 두곳의 공장을 운영중에 있으며 현재 연산 60만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점유율 2위업체로 스즈키에 도전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폴크스바겐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맛볼 수도 있다.

푸조 역시 미쓰비시 인수를 통해 중국과 동남아지역에서 현대차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와 엔진, 플랫폼 등을 공유해 미국 중·소형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연산 60만대 규모의 공장 2개를 운용중이며 미국의 중·소형차 시장을 공략중인 현대·기아차로서는 경계해야 할 업체가 한 곳 더 생긴 셈이다. 중국·인도·미국 등 중요시장에서 유럽-일본차 연합이 현대차를 협공하는 모양새다.

■“친환경차에서 현대차 앞질러”

폴크스바겐과 푸조는 클린디젤 엔진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의 친환경 기준인 유로Ⅵ에 적합하면서도 출력이 높고 연비가 뛰어난 디젤엔진을 선보이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골프나 푸조의 308SW의 성능은 우리나라 소비자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들은 디젤엔진에는 강하지만 친환경자동차의 또 하나의 축인 하이브리드 기술에는 약점을 보여왔다. 때문에 아직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출시했고 내년에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현대·기아차로서는 전기차 기술에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제 이마저도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됐다. 폴크스바겐은 스즈키와, 푸조는 미쓰비시와 짝짓기 하기로 한 때문이다.

미쓰비시는 올해 소형 전기차인 아이미브를 출시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스즈키 역시 내년 초 일본에서 1300㏄급 소형 하이브리드차량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푸조는 미쓰비시, 스즈키가 가진 전기차 생산기술을 흡수할 경우 친환경차 분야에서 도요타, 혼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자동차 합종연횡, 현대차 8위로

유럽-일본 자동차 업체간 합종연횡으로 세계 6위 자동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순위는 순식간에 2단계 강등돼 8위로 밀려나게 됐다.

피아트는 올해 초 크라이슬러에 고연비 경·소형차 엔진과 플랫폼 등을 이전하는 대가로 지분 20%를 인수했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스즈키의 지분 20%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조 역시 미쓰비시자동차의 지분 30∼50%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로써 지난해 생산량 기준으로 폴크스바겐은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업체로 올라서게 됐으며 푸조와 피아트는 각각 현대·기아차를 제치고 세계 6위, 7위업체로 떠오르게 됐다. 순위 하락보다 더 뼈아픈 것은 경쟁업체들이 갖출 미래경쟁력이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제품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12억유로로 76억유로를 투자한 도요타와 비교하면 6분에 1에 그치는 수준이며 46억유로를 투자한 혼다에 비하면 4분의 1에 해당한다.


게다가 대립적·소모적인 노사관계를 협력적·생산적 관계로 전환시켜야 하는 과제도 시급하다. 아울러 경쟁력 제고나 현지 네트워크 확충 차원에서 다른 글로벌 차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선진 자동차업체들이 점차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만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해 위기감을 드러냈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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