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MMORPG(다중역할수행접속게임)’를 넘어설 때다/백인성기자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4 20:55

수정 2009.12.14 20:55



“예산 100억원이 있을 때 10억원짜리 게임 10개를 만드는 것과 100억원짜리 ‘대작 다중역할수행접속게임(MMORPG) 1개를 만드는 것 중 어떤 것을 고르시겠어요.” 며칠 전 몇몇 게임 개발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사실 정답은 없다. 각 게임업체의 정책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후자를 택하는 움직임이 ‘대세’를 이루는 듯하다. 너나 없이 ‘아이온’이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처럼 대규모 개발인력과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MMORPG 개발에 여념이 없다. 얼마 전 열린 국제게임쇼 지스타에 나온 국내 게임업체들만 봐도 대부분 그랬다.
일단 성공하면 대박을 노릴 수 있고 최소한 지속적인 수익이 보장돼서다.

문제는 한국 게임업계에서 이 같은 ‘대작 MMORPG 주력 현상’이 지난 몇 년간 지속돼 왔다는 것이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게임간 다른 점은 그래픽뿐”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안주’이고 ‘정체’다.

위정현 콘텐츠연구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어느 순간 웹게임이나 온라인 인맥관리서비스(SNS)게임, 가상현실 게임 등 한국에선 보지 못하던 게임들이 외국에서 보이기 시작했다”며 “한국 게임업계는 어쩌면 다양한 관점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가 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게임 강국’ 한국의 명성은 분명 아이온과 같은 대작 MMORPG가 쌓아올린 게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의 성공에 고정된 눈을 조금 돌릴 필요는 있어 보인다.
우리가 안주하는 동안 미국에서는 SNS 보급률을 기반으로 소셜 게임이, 유럽·중국에서는 브라우저만으로 즐길 수 있는 웹게임 등 소위 ‘혁신’이 태동하고 있다. 모두 더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플랫폼에서 태어난 게임이다.
한국과 환경이 달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젠 ‘포스트 MMORPG’를 고민해야 할 때다.

/fx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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