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사업 추진 속도에 따라 단지별로 양극화되고 있다.
최근 강남구 개포주공과 강동구 둔촌주공 등 저층 단지들은 급매물이 잇따라 거래되고 호가도 소폭 오르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 중층 단지들은 극심한 거래 부진 속에 현지 중개업소에 급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저층단지의 경우 서울시의 용적률 일괄 상향 조정으로 사업성이 개선돼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지만 중층단지는 용적률이 상향 조정돼도 사업성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저층단지 급매물 팔리고 호가 상승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강남구 개포동 주공1∼4단지 등 저층 단지에서 급매물이 조금씩 거래되면서 호가가 1000만∼4000만원씩 올랐다. 주공1단지 50㎡는 이달 초 9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현재 가격이 4000만원 올라 9억9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개포주공4단지 42㎡도 지난주 급매물이 팔리면서 가격이 1500만원 올랐다. 현재 평균 8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 I공인 관계자는 “개포지구 용적률 상향 조정 추진에 따른 기대감과 ‘바닥’이라는 심리가 심리가 맞물리면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가 많게는 4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은 내년 1월께 조합설립인가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매물이 거래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52㎡는 1500만원 정도 올라 현재 5억9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중층 단지는 여전히 찬바람
하지만 대치동 은마와 잠실동 주공5단지 등 중층단지들은 이달 초 초급매물 몇 건이 거래된 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는 이달 초 112㎡가 11억4000만∼11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정도 오르는 등 바닥 탈출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추가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으면서 다시 급매물이 늘고 있다. 당연히 이달 초 반짝 올랐던 가격 상승분도 모두 반납한 상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112㎡가 11억5000만원에 두 건 거래된 후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매물이 늘고 있다.
주공5단지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이달초 급매물 거래가 몇건 이뤄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매수세가 뚝 끊겼다”며 “현재는 매물을 보러오는 사람은 아예 없고 간간히 초급매물 유·무만 묻는 전화만 오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속도 따라 양극화
이처럼 강남 재건축 시장이 한쪽에서는 오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내리면서 수요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시장을 헷갈려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과 서초 재건축 아파트 변동률은 12월 첫째주 들면서 9주 만에 하락세를 접고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지난 4일 0%의 변동률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춘 후 11일 0.12%의 변동률로 9주 만에 반등했다.
서초구도 지난 4일부터 2주 동안 변동률 0%를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멈췄다. 이에 비해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0.08%, -0.19%로 여전히 하락세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강남권 재건축은 사업성이 개선된 저층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호가가 오른 상태에서 추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강남권 재건축도 당분간은 사업추진 속도에 따라 분위기가 상반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