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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재용 3세경영’ 맞춰 사장단 세대교체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6 14:23

수정 2009.12.16 14:23



‘이건희 전 회장’이란 선장을 잃은 한국형 항공모함 ‘삼성호’가 15일 대폭의 사장단 쇄신 인사를 통해 ‘오너 경영시대’에 한발 다가섰다.

이날 삼성그룹은 승진 12명을 비롯해 총 23명의 사장단을 승진·이동 배치하는 대폭의 ‘201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오너 중심의 뉴삼성’을 대비한 ‘새 술은 새 부대에’식 주요 사장단을 구성했다.

이번 삼성 인사는 내년 2월 12일 고 이병철 선대 회장 탄생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3세대 오너 경영시대’의 개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3세 오너 경영 맞춘 스카이라인 완비

특히 ‘포스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확실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2년여의 해외 순환근무에서 벗어나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변화를 시도한 게 핵심이다.

이에 더해 이재용 부사장과 소통이 원활한 사장단으로 삼성그룹의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구성한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김순택 부회장 내정자다.
그는 지난 1978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비설실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이재용 부사장과 소통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순택 부회장이 ‘이재용의 경영학 가정교사’로 알려질 만큼 인연이 깊은 사이란 것. 김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 삼성SDI 사장을 맡은 후 올해까지 10년째 사장직을 맡아 삼성 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더해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까지 맡아 이재용 부사장과 함께 삼성의 미래 신수종사업 발굴과 사업화에서 손발을 맞추게 됐다.

최도석 부회장도 이재용 부사장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경영지원총괄을 맡아 ‘삼성의 금고지기’로 불리면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게다가 최 부회장은 이재용 부사장과도 손발이 맞는다는 평가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시절 이재용 부사장과 중대한 경영현안이 있을 때마다 긴밀히 의논해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원톱 CEO로 결정된 최지성 사장도 이재용 부사장과 손발이 척척 맞는 인물이다.

최 사장은 지난 2006년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부터 이재용 부사장과 해외 전시행사에 동행하는 등 지근에서 챙기면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에서 최 사장은 매년 사장단 인사 때마다 ‘3세 오너 경영 시대’의 핵심 인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이상훈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3세 오너 경영을 염두에 둔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그룹장,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의 굵직한 사업현안을 무리 없이 조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이재용 부사장이 새로 맡은 업무인 계열사 간 투자중복 해소 등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내정된 윤주화 사장도 이재용 부사장과 ‘핫라인’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의 위기관리 강화와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학벌 타파’ 능력 위주 인사 뚜렷

삼성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도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에 맞게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삼성 인사에서 학벌은 승진을 위한 고려사안이 아니란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 이번 승진자로 내정된 삼성 사장들의 출신 대학은 천차만별이다. 이번 삼성 사장 승진자 중 일명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은 생각보다 적은 7명이었다. 나머지 5명은 경희대, 경북대, 광운대, 한양대 등 다양했다.

먼저 이번 삼성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중 서울대 출신은 6명이었다. 김기남 사장, 박상진 사장, 조수인 사장, 정기영 사장, 김석 사장 등이었다. 연세대 출신은 최도석 부회장이 유일했다.

경북대 출신은 김순택 부회장과 이상훈 사장으로 2명이었다. 광운대 출신의 경우 신종균 사장이 해당됐다. 이외에 경희대 출신은 박기석 사장, 한양대 출신은 김상항 사장이 승진자에 포함됐다.

이처럼 삼성 사장단 인사에 대학 편중이 심하지 않은 이유는 삼성 특유의 ‘학연 타파’ 전통이 자리잡은 탓이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 있던 시절부터 삼성은 내부에서 학연을 연계로 특정 집단을 형성하거나 인사에 영향을 주는 일을 금기시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에서 출신학교를 따지거나 물어보는 일은 금기시되고 있다”면서 “학벌은 인사 시 고려 대상이 절대 될 수 없다는 문화가 정착된 지 오래”라고 전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사진설명=삼성 후계자인 이재용 전무(가운데)가 15일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신임 이 부사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을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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