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IFRS 자산매각 기준’ 엄격..금융사 ‘부메랑’ 맞을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6 17:35

수정 2009.12.16 17:35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강화되는 자회사 기준 요건과 자산매각 인정 기준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IFRS는 은행권에 도입된 새로운 건전성 기준인 신바젤협약(바젤Ⅱ)을 비롯해 현재 주요 20개국(G20)과 바젤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 규제 강화 논의와 함께 2010년 은행권 경영환경에 큰 화두가 될 전망이다. 현재 IFRS 적용 시기가 임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산은금융그룹과 삼성SDS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IFRS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지난 14일 성공적으로 가동했다고 15일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의 IFRS 준비도 빨라질 전망이다. A은행 IFRS 팀장은 “오는 2011년부터 IFRS를 적용하려면 적어도 내년부터 내부적으로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며 “전년도 비교를 위해서는 2010년도 지표가 필요한 만큼 은행은 내부적으로 내년부터 적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회사 기준 강화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부터 IFRS가 병행적용되면 일부 금융사의 경우 IFRS 회계상 자회사 지분을 높여 놓지 않으면 연결 자회사로 인정되지 않는다. 금감원 장석일 IFRS 태스크포스(TF)팀장은 “기존 K-IFRS에서는 자회사 기준이 지분율 50%를 초과하거나 30%를 초과하는 최대주주로 규정해 놨지만 IFRS에서는 30∼50% 지분율을 연결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연결 기준이 바뀌다 보니 기업들은 재무상태가 우량한 자회사는 포함시키고 그렇지 않을 경우 포함시키지 않을 개연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 팀장은 그러나 “이사 과반수 이상을 임명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 50% 이상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약정이 돼 있는 자회사는 지분율이 50% 이하라도 IFRS에서 연결기준 자회사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부채나 자산이 비연결 자회사 계정으로 흐를 경우 ‘부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역할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FRS로 인해 연결 자회사로 인정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금감원도 기업회계기준보다 강도 높게 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의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세칙에서도 은행의 경우 신탁자산을 포함하고 있다”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산정 시에도 원금보장되는 자산을 포함하는 식으로 감독목적에 따라 금융기관 회계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채자산 비대해져

이 밖에 자산도 비대해질 수 있다. 올해 부실채권 처리로 골머리를 앓은 은행권은 IFRS 도입으로 매각된 자산이 되돌아올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 은행들의 올해 부실채권 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부실채권(NPL) 비율을 올해 말까지 1% 수준으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연말까지 매각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방식으로 부실채권이 3조원 이상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매각할 물량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자산유동화법에 의해 트루세일(진성매각)된 부실채권도 엄격해진 IFRS 도입으로 자산으로 잡힐 수 있다”며 “매각한 금융사가 통제권한이 없고 위험과 효익이 이전되지 않을 경우만 자산에서 분리시키는 엄격한 기준이 IFRS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IFRS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매각된 채권에 대해 가치평가를 소급 적용시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이에 대한 묘안을 찾는 데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기업전문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IFRS 도입으로 매각손익 취소와 특수목적회사(SPC) 발생손익 합산 효과 등으로 금융사의 손익·자본에 증감이 나타날 것”이라며 “자산매각기준 인정기준 강화로 자산 증가와 함께 SPC의 연결 범위 포함으로 부채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SPC 시대 가고 배드뱅크 시대 열리나

한편 IFRS가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가지다.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것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사용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먼저 공정가치를 평가함에 따라 은행권은 향후 부실채권을 SPC 등을 통해 유동화하기보다 직접 배드뱅크에 매각하는 것이 더 유리해질 전망이다. SPC의 연결 범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파생상품’거래 시 좀 더 세밀해진 리스크관리도 가능해진다.
모 은행 IFRS 팀장은 “은행의 모든 자산평가 과정에서 공정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산출해야 한다”며 “금리의 변동성에 따라 공정가치가 바뀌기도 하고 파생상품을 평가해 가격을 산정할 때 유동성 프리미엄이나 거래 상대방의 신용등급을 반영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또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금융지주사 내 모든 자회사에 대한 자본 요건이나 건전성 요건 관리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권은 매년 초나 말 1번 연결재무제표를 산정하고 있으나 내년부터 2011년 본격 적용을 앞두고 분기마다 내부적으로 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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