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예산안 심의,돌파구는 열렸지만

김형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6 17:38

수정 2009.12.16 17:38



교착 상태에 빠졌던 국회 예산안 심의에 돌파구가 열렸다. 4대강 예산 삭감 불가를 강조했던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가 ‘불요불급한 게 있으면 계수소위에서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민주당이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화답한 것이다. 또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제의한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대표 회동을 민주당이 수용했다. 꽉 막혔던 대화와 협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여야가 진전된 입장을 밝힌 것은 ‘여당의 예산 강행처리, 야당의 저지’가 현실화할 경우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야당이 예산심의에 불참할 경우 계수소위를 가동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나라살림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야당도 명분에만 매달려 여당의 강행 처리를 초래할 경우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야가 모처럼 ‘대화의 정치’를 시도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계수소위 구성부터 쉽지 않다. 민주당은 계수소위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삭감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한나라당이 계수소위에서 논의하자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제안을 하지 않으면 소위 구성부터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통이 불파기하지만 여야는 예산안의 신속한 처리가 시급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이미 비상정부체제를 6개월 연장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남아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중 재정 지출을 확대한다는 입장도 세웠다. 예산안이 확정되지 못하면 계획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거대 야당의 독주나 소수 야당의 ‘무작정 반대’는 국민에게 실망만 안길 뿐이다.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한 4대강 사업 예산을 빌미로 내년 나라살림 전체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 한 걸음 물러난 여당이나 ‘내민 손’을 잡은 야당이나 모두 국민의 대표로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반성하고 기존의 주장에서 어느 정도 양보할지 결정해야 한다.
정쟁으로 날을 지새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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