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상태에 빠졌던 국회 예산안 심의에 돌파구가 열렸다. 4대강 예산 삭감 불가를 강조했던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가 ‘불요불급한 게 있으면 계수소위에서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민주당이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화답한 것이다. 또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제의한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대표 회동을 민주당이 수용했다. 꽉 막혔던 대화와 협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여야가 진전된 입장을 밝힌 것은 ‘여당의 예산 강행처리, 야당의 저지’가 현실화할 경우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처럼 ‘대화의 정치’를 시도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계수소위 구성부터 쉽지 않다. 민주당은 계수소위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삭감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한나라당이 계수소위에서 논의하자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제안을 하지 않으면 소위 구성부터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통이 불파기하지만 여야는 예산안의 신속한 처리가 시급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이미 비상정부체제를 6개월 연장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남아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중 재정 지출을 확대한다는 입장도 세웠다. 예산안이 확정되지 못하면 계획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거대 야당의 독주나 소수 야당의 ‘무작정 반대’는 국민에게 실망만 안길 뿐이다.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한 4대강 사업 예산을 빌미로 내년 나라살림 전체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 한 걸음 물러난 여당이나 ‘내민 손’을 잡은 야당이나 모두 국민의 대표로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반성하고 기존의 주장에서 어느 정도 양보할지 결정해야 한다. 정쟁으로 날을 지새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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