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세일 일상화 된 브랜드숍/박신영기자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6 17:40

수정 2009.12.16 17:40



연말이 되면서 화장품 업계의 할인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샤가 지난 10일 최대 50% 세일을 시작했고 토니모리도 17일부터 30% 할인 판매에 들어간다.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아리따움도 이례적으로 지난 1일부터 6일 동안 15% 세일을 실시했다. 이니스프리는 매달 둘째주 수요일을 ‘이니스프리데이’로 정하고 30% 할인혜택을 준다. 에뛰드 역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레인보 데이)에 40% 할인해 준다.

화장품은 정기세일이 거의 없었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사은품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브랜드숍이 등장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화장품도 의류처럼 할인 행사가 생겨났다.

할인 경쟁이 확대되자 화장품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할인이 일반화되면 가격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숍은 일반적으로 특정 상권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한 업체가 세일을 시작하게 되면 다른 업체가 받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3300원’이라는 가격이 상징이었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었던 브랜드숍에서 최근 3만원대 이상의 고가 화장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할인을 위해 고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기존 화장품 가격에 거품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빼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화장품을 판매하자는 의도로 만든 것이 브랜드숍인데 세일이 일상화돼버리면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할인 행사를 하면 당장 실적은 올릴 수 있지만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산 고객이 정상가격으로 사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국내 패션업계의 경우 의욕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해 놓고 당장의 실적을 위해 세일을 거듭하다 몇 년 못가서 브랜드를 철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국내에는 장수하는 패션 브랜드가 드물다.

브랜드숍은 지난 2000년 등장한 후 화장품 업계 매출의 10%까지 성장했고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브랜드숍이 패션업계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padet8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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