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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버스 어플’이 갑자기 작동않는 사연은?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7 15:46

수정 2009.12.17 15:46

▲ ‘서울 버스(Seoul bus)’ 스크린샷

이달 초 아이폰을 구입한 김선희(25·가명)씨는 버스도착시간 정보를 제공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인 ‘서울 버스(Seoul Bus)’로 큰 도움을 받아왔다. 무료 애플리케이션인데다 버스 도착시간을 미리 알 수 있어 추위에 떨며 기다릴 필요가 없었던 것. 그런데 지난 2일 다운받은 이후 13일까지만 해도 잘 돌아가던 애플리케이션이 14일 갑자기 먹통이 되며 강제 종료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알고 보니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이 ‘공공정보 무단 이용’이라며 정보 공유를 금지한 것이다.

시민들의 버스 대기시간을 크게 절약해주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 홈페이지( http://www.gbis.go.kr/)에 공개된 버스 정차정보를 휴대폰으로 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한국 앱 스토어에서 무료 애플리케이션 순위 1위에 오른 인기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바람에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과 정보를 관장하는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측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누리꾼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측은 17일, “경기도가 만들어놓은 정보시스템을 개인이 무단으로 이용한 것이며 위치정보 사용 등과 관련해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정보 공유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여러 민간기업에서 버스정보를 이용하겠다고 접촉해 왔지만 거절해 온 만큼 특정 애플리케이션만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는 향후 유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더라도 수익화할 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공공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의 정보를 단순히 무료로 배포해주는 프로그램인 만큼 ‘편익은 있되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산으로 해결할 시스템을 개인이 만들어 배포한 것에 대해 장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경기도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서울시나 경기도 같은 자치단체가 서둘러 했어야 할 일을 개인이 대신한 것인데 남이 시민들을 위해 애써 만든 애플리케이션까지 사용 못하도록 하는 것은 ‘호박에 말뚝박는 심술’일 뿐”이라며 “적어도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는 주민들이 ‘서울 버스’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블로거는 “생활에 불편을 해소해주는 ‘전봇대 뽑기’를 해주는 것이 공무원의 의무라는 걸 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AiOO’라는 누리꾼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해 서버에 늘어날 트래픽이 어느 정도이며 그로 인한 유지, 보수 비용의 예상 증가량 등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서비스가 공개되기 전에 양 당사자들간 합의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방형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인터페이스) 방식을 쓰고 있다. 비영리로 소스를 공개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다음 등도 API를 개방하고 있다.

/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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