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문화 전환점, 전임자 임금 복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24 14:52

수정 2009.12.24 14:52


【울산=권병석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던 파업에 종지부를 찍고 15년만에 올해 임단협을 완전 무분규로 타결했다.

실리 노선을 추구하는 이경훈 노조 집행부가 투쟁보다는 조합원 권익을 우선시했고 사측 역시 어려운 국내외 경제여건에도 조합원과 경영성과를 나누는 배려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노사 상생 관계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례 파업 염증..“신뢰 첫발 디뎠다”

조합원들은 지난 23일 실시된 노사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통해 투쟁보다는 실리를 선택한 새 집행부 손을 들어줬다.

잠정합의 이후 일부 현장조직이 교섭성과가 미흡하다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의 표심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쌍용차 사태에서 보듯 파업만이 능사가 아니라 노사 협력 없이는 공생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 위기의식도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한 몫 했다.

무엇보다 이번 무분규 타결을 통해 현대차 노사는 새로운 노사관계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집행부는 앞으로도 조합원 권익을 최우선으로 해 과거 파업일변도 방식은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장규호 대변인은 24일 “올해는 신뢰를 쌓아가는 첫발을 내딛는 단계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임자 임금 ‘대립’..내년 노조 눈높이는?

내년 시행 예정인 노조법을 둘러싸고 노사가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등 노조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주장,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와 보조를 맞춰 개정안 철회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노사의 상생협력이 노조법 내용 등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갈등 재연이 우려된다.

노조 장 대변인은 “올해 임단협은 별 탈 없이 마무리 됐지만 내년에는 내부적인 노사문제보다 외부적인 전임자 임금문제 등과 관련된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 임단협에서 노조의 눈높이를 올해와 마찬가지 수준으로 맞춰줄 수 있느냐 여부도 변수다.

이번 협상에서 사측은 조합원 1인당 1500만원이라는 사상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따라서 향후 협상에서도 노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할 경우 사측이 이를 무작정 거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실제 현대차 협력업체나 기타 중소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올해 현대차 성과금에 대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 2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연말을 보내는 근로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는 현대차 직원들이 좋게 보일리 있겠느냐”면서 “오히려 원청업체 임금이 오르면 우리같은 하청업체 직원들은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bsk730@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