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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 기자가 만난 사람] ‘한국의 美’를 말하다/송해 전국노래자랑 MC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31 16:39

수정 2009.12.31 16:39


[송동근 기자가 만난 사람] ‘한국의 美’를 말하다/
▲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KBS의 간판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MC를 올해로 30년째 해 오고 있는 송해씨는 한국의 미에 대해 ‘정’이라고 말했다.

딩 동 댕∼ 전국∼ 노래자랑 딴딴따 딴따 딴∼따∼.

일요일 낮 12시10분이면 어김없이 안방을 찾아오는 전국 노래자랑. 오랜 세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국민과 함께 해온 KBS의 간판 프로그램 전국 노래자랑이 올해로 30년이 됐다. 명실공히 국내 방송 사상 최장수다. 해마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상황에 이렇게 오래도록 이어올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바로 국민MC 송해씨다.

1927년생으로 올해 여든을 넘긴 고령이지만 지금도 전국 각지를 돌며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진행으로 한바탕씩 웃게 만드는 등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비결은 아마도 그 특유의 소탈함에서 묻어나는 인간미가 아닐까 싶다. 녹화 하루 전날 현지로 내려가 그 지역 사람들과 애환을 담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목욕탕에서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는 서민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덕에 오히려 즐겁게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그를 지난해 12월29일 원로 연예인들의 사랑방격인 서울 낙원동의 한국원로연예인상록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연세가 있으신 데도 늘 건강하게 보이시는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한마디로 움직이면 건강해져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처럼 저는 뭔가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전국을 왔다갔다 한 지가 벌써 30년 가까이 됩니다만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국내외를 공짜로 여행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일에 대한 즐거움이나 기대감이 건강에 보탬이 되는 것 같아요.

-늘 방송활동으로 바쁘시겠지만 시간이 나면 주로 어떻게 지내시나요.

▲보통 일반 약속이 좀 있고 지방을 안 가면 조촐하지만 원로들의 사랑방 같은 이곳 사무실에 나오죠. 여기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연예 역사가 다 모이는 곳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모여 월례회를 하고 서로 덕담하고 건강 안부도 묻고, 또 이 계통 사람들은 대포 한 잔씩 즐기니까 저녁이면 소주 한 잔하고 헤어지고 그럽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음식도 먹어보고 풍경도 보고 하지만 종로라는 곳이 참으로 사람 냄새나는 곳이에요. 별별 사람이 다 있어요. 이곳에서 하루하루 만나는 선배나 친분이 있는 이들을 만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가죠.

-여러 한국의 아름다움 중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한국의 미’는 어떤 것인가요.

▲한국의 아름다움은 우선 사람들의 마음을 꼽을 수 있어요. 누구나 만나보면 한국인은 정말 깊은 정이 있는 걸 알 수 있고 특히 남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죠. ‘콩 한 알도 반쪽씩 나눠 먹어라’는 말이 있다시피 마음들이 아름답죠. 또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하잖아요. 저는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늘 그걸 느낍니다. 어디를 가다보면 그대로 멈춰서서 더 바라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정말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해돋는 나라라 할 수 있죠.

-전국은 물론 해외서까지 진행하시면서 ‘한국의 미’와 관련, 현지에서의 추억이나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외국에 나가 노래자랑을 진행해 보면 이야기가 많아요. 한가지 예를 들면 뉴욕은 그야말로 미국의 심장부로 세계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죠. 몇 년전 그곳 아이젠하워공원에서 추석특집을 했어요.

보통 많이 모여야 1500명 정도인데 이날은 교민들이 1만4000명이나 왔어요. 그렇게 많이 모인 건 사상 처음이거니와 그곳에 사는 우리 교민들이 각국 사람들을 다 데리고 나왔어요. 그러니 얼마나 많았겠어요. 게다가 모두 다 한복을 입혀 세배를 하는 거예요. 또 자신들도 얼마나 즐거워 하던지…. 머나먼 타국땅에서 이렇게 세계인들과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함께 한 것은 정말 가슴 뿌듯한 것이라 생각해요. 또 파라과이 같은 곳은 비행기를 타고 서른시간 넘게 가잖아요. 그곳은 끝없는 초원인데 뭐든 기어다니는 건 다 솝니다. 그러니 쇠고기나 가죽은 넘쳐나도록 많은 곳이죠. 거기서도 우리 가죽제품을 최고로 칩니다. 또 그 나라 아아이들도 우리 한인학교에 보낼 정도로 한인들이 열심히 잘 살고 있다는 거죠. 노래를 할 때 보면 정말 오랜 역사를 가슴속에 품고 있던 걸 뿜어내는구나, 또 정말 우리 민족이 참으로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는 걸 느낍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어딜 가나 ‘하면 된다’고 하는 강한 의지가 많은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전 늘 뿌듯함을 느낍니다.

-전국 곳곳을 많이 다니시다 보면 어릴적 고향 생각도 많이 나시겠어요,
▲예. 고향 생각은 어디를 다녀도 늘 나지만 특히 시간이 있을 때 방송을 보거나 파이낸셜뉴스를 보면 문득문득 나죠.

모두 자기네 고향은 다 좋다고 하겠지만 제 고향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황해도 재령인데 백령도에서 마주 보이는 해주쪽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곳은 교통도시라 했고 무엇보다 곡창이에요. 황해도 연백평야인데 ‘김제 만경 넓은 들에 점하나 찍은 듯’ 이런 노래가사도 있듯이 어디와도 안 바꿀 만큼 기름져요. 삽으로 논의 흙을 파서 놓으면 그게 굳어 토탄이 될 정도로 아주 거름밭입니다. 또 쌀이 유명해서 코미디하면서 그런 얘기도 했죠. 밥에 파리가 미끄러워서 못 앉는다고(웃음).

이맘때쯤이면 해주에서 올라오는 생태 또한 끓여 놓으면 기가막히죠. 고향자랑하라면 3일은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가진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의 미’도 있을 텐데요.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봤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느꼈죠.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공평한 걸 좋아합니다. 길고 짧은 것, 높고 낮은 것도 없고 또 가졌건 못 가졌건 모두 똑같은 걸 좋아하죠.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겠지만 특히 고부간의 갈등이 많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름다운 여성의 마음, 며느리의 마음을 느낀 적이 있어요. 전라도 남원을 갔는데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나왔어요. 며느리가 노래하고 시어머니가 춤추고 그랬죠. 그래서 며느리에게 물었더니 ‘집에 인물이 잘난 사람이 들어와야 하는데 제가 그렇지도 못하고 친정이 넉넉지 못해 도움도 못드리고, 또 반찬 솜씨도 없어서 시어머니에게 맛있는 것도 못 해드리고 해서요. 그래서 시어머니에게 무엇으로 즐겁게 해드릴까요 했더니 ‘야,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너 노래하고 나 춤 한 번 추자’해서 모시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사람들 박수가 엄청 나왔어요. 이후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나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는데 이런 게 바로 사람사는 맛이 아닌가 합니다. 또 한 번은 앞을 못 보는 분이 나왔는데 열일곱살 때 실명을 했다더군요. 한참 꿈 많은 시절에 얼마나 상처가 컸겠어요. 그분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렇게 구성질 수가 없어요. 당시 1초에도 등허리에 땀나는 생방송이었는데 3창을 했어요. 이후로 장애우들이 마구 나오는 거예요.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듬어주고 용기와 희망을 줬다는 면에서 뿌듯함도 느낍니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한국방문의 해’입니다. 그래서 한국관광은 외래관광객 1000만명 유치와 관광수입 13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리 국민은 어떤 수용태세를 가져야 할까요.

[송동근 기자가 만난 사람] ‘한국의 美’를 말하다/
▲정부나 사회단체에서도 손님맞이 운동을 많이 하는데 쉽지 않은 숙제죠. 그런데 우리가 우리를 생각해도 지금 너무 많이 변해가는 것 같아요.

베푸는 인심도 그렇고 요즘 우리 한복 입은 사람 많이 못 보죠. 초창기 노래자랑을 보면 여자 열명 중 여덟은 한복 입었는데 말이죠.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관광객이 과연 그 변한 모습을 보러 오겠어요. 아마도 우리만의 베푸는 인정이라든지 고유의 미풍양속, 전통문화 등을 보고 느끼러 오는 거겠죠. 그러니 우선은 무조건 친절하게 하자. 그 다음은 그들이 뭘 보고 싶고 알고 싶은지 많이들 물어 보면 좋겠어요.

물론 관광수입도 늘어야 겠지만 우선은 우리가 친절을 베풀어야죠. 김치 한 가지라도 이건 어떻게 만든 것이고 어떻게 해야 맛있고 등… 가슴으로 설명해 줘야 합니다.


-앞으로 소망이나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디든 더 다녀보고 싶어요. 북한의 모란봉 공원에서도 노래자랑을 했지만 대화를 못하고 온 안타까움이 있어요. 남북이 서로 얘기를 못하고 있으니 노래자랑을 통해 말문을 터보자. 그리고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 살면서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과 한국이 좋아 결혼해 아이 낳고 살고 있잖아요.

그 사람들 한테 문화가 몇 개예요. 우리의 문화, 엄마, 아이들, 조상의 문화 등 복잡하죠. 이런 걸 다각적으로 풀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외국에 나가 사는 우리나라 교민들은 물론 우리나라에 와 살고 있는 외국인들께도 한국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위안을 주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dksong@fnnews.com

후 원: 문화 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방문의해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