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통신사는 1년 가까이 끌어오던 신사옥 신축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 회사는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현 사옥(지하 2층, 지상 15층) 허물고 신사옥(지항 7층, 지상 25층)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1년 전에 세우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회사는 신축을 통해 2만7720㎡(8400여평)에 불과한 면적을 6만6000㎡(2만여평)으로 늘려 서울시내 사무실을 통합 운영할 계획이었다. 3000억원이라는 자금도 이미 마련된 상태.
하지만 사업추진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문제가 발생했다. 현 사옥의 대지는 1필지로 등록돼 있는데 일부는 일반상업지역(60%)으로, 일부는 일반주거지역(40%)으로 나눠져 있는 것.
1필지가 2개이상의 용도로 구성되는 경우 건축법은 대지면적과 관계없이 넓은 면적 기준에 속하는 용도지역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나 상위법인 국토계획법은 각각의 용도에 맞게 건물을 신축하도록 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국토계획법에 따라 신축할 경우 기존 사옥과 같은 면적(8000여평) 밖에 건물을 올릴 수 없는 셈이다.
이 회사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신사옥 사업을 추진했지만 정부로터 국토계획법에 따라 신사옥을 신축할 수 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는 현행법상 신축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서울시내 사무실을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을 보류했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신규 사업을 적극 이끌어 냈다는 밝혔으나 아직 곳곳이 지뢰밭이다.
이명박정부가 전 정부에 비해 규제가 완화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기업들의 불만을 해소해 주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뽑아야 할 전봇대가 아직 곳곳에 남아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재계는 “지난 2008년 2월 정부 출범 당시 등록된 규제 수는 모두 5247개였으나 지난 7월 현재 5088개로 160여개가 감소됐다”며 현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같은 평가는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발표하는 ‘Doing Business’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기업환경(Easy of Doing business) 수치는 2008년 30에서 23으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규제들이 기업의 투자를 방해하고 있어 보다 광범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대기업·공정거래분야의 개혁과 인력·노사관계 개선, 수도권 입지규제의 추가 완화 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기업·공정거래 분야의 경우 계열사 관련 지주회사 행위제한의 조속한 입법화와 공제제도 간소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완화, 기업결합(M&A) 심사대상 요건 완화 등이 절실하다는 것.
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한국의 경우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로 거론되고 있는 인력·노사관련 규제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 및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측은 “대량 해고 방지를 위해 2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결국 여·야간 협상이 결렬돼 개정 논의 자체가 지연되는 등 국회의 규제개혁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한국의 경제규모는 188개국중 16위, 종합국력은 세계 13위에 이르고 있지만 해외직접투자(FDI) 실적은 115위로 투자환경이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다”며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에서 입법 조치가 가능한 시행령 등의 개정은 신속히 이뤄지고 있으나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입법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국회의 책임있는 처리가 필요하다고 전경련측은 덧붙였다.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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