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10 UP KOREA] 덜 뽑힌 ‘규제 전봇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3 18:56

수정 2010.01.03 18:56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다됐지만 ‘규제 전봇대’는 여전하다. 특히 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 제조업체들은 얽히고 설킨 규제때문에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새 정부가 규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눈에 비친 현장 규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기업도우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동안 기업도우미센터에 문의가 들어온 민원 건수는 총 1536건이다. 민원 내용을 살펴보면 자금이 423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반시설이 279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현실을 반영못한 법과 부처간 이중잣대까지 다양하고도 많아 과잉 규제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현실 모르는 법

부산 명지·녹산산업단지에 입주한 수출기업들은 몇년째 산업용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말 세법개정으로 산업용 LNG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기존 ℓ당 40원에서 ℓ당 60원으로 50% 인상되면서 원가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A사는 “개별소비세의 과세목적이 사치성 물품 및 최종소비재에 대한 소비 억제인데도 이와 무관한 산업용 LNG에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며 “골프채 등 사치품의 개별소비세는 인하되는데 산업용 LNG 개별소비세가 유지되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세수경감 등을 이유로 산업용 LNG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일부 국회의원들이 산업용 LNG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개별소비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여야간 대립이 계속되면서 향후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2. 가스·교통 등 기반시설

가스, 교통 등 기반시설과 관련한 기업들의 건의도 끊이지 않고 있어 획기적 정리가 요구되고 있다.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B기업은 “도시가스 배관로 및 정압기 설치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현행 규정때문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려면 3000만∼4000만원의 추가비용이 든다”며 지자체나 가스 공급업체가 부담할 수 있도록 도시가스사업법을 바꿔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도시가스 설비는 공공재 성격이 강해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며 “많은 업체들이 도시가스 대신 일반 난방용 기름을 사용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고 환경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련 부처는 투자비 조기회수와 가스 요금 인상 우려 등을 이유로 관로설비 비용의 국비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차장 부족에 관한 기업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대규모 단지로 출퇴근 인구가 많아 주차 공간이 부족해 입주 기업들은 주차 공간 확보를 인천광역시와 산업단지공단에 잇따라 건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C기업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짓고있는 수인선 남동역의 일부를 구조변경해 주차장 시설로 활용토록 하는 인천광역시에 건의했으나 인천광역시와 산업단지공단 측에서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주자창 용도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산단공 측은 “빈 공장들을 매입해 주차장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 부처간 이중잣대

아울러 행정 부처간 ‘이중적 잣대’로 기업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입주한 D기업은 최근 소방청의 불시점검에 적발돼 벌금을 냈다. 그러나 벌금의 원인이 된 가건물은 주무행정기관인 안산시에 등록돼 지난 2년간 재산세를 납부한 건물이었다. 즉 안산시가 건물로 인정해 2년간 세금을 걷어간 것에 대해 소방청은 불법건축물이라며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D기업 관계자는 “애초에 시에서 철거를 명했으면 바로 철거했을 것”이라며 “시에서는 인정하고 소방청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이중 잣대’로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벌금도 내게 됐다”고 한숨을 터트렸다.

#4. 자금난은 보이지 않는 규제

지난 2008년말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은행들로부터 자금줄이 막히면서 기업들은 최대 애로사항으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전봇대와 같은 보이는 규제가 아닌 자금은 ‘보이지 않는 규제’ 역할을 하고 있어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E사 사장은 “자꾸 규제를 들먹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금난”이라고 말했다. 지역기업들의 자금난 호소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경주 안강공장의 F사 관계자도 “우리같은 작은 기업들이 국가정책에 대해 무엇을 알겠느냐”며 “자금이 없으면 그 외에 어떤 일도 돌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 유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