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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의 힘’ 원자력] (1) 원자력 새 시대 열린다 ① 르네상스 맞은 원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5 14:29

수정 2010.01.06 14:29



원자력발전은 한때 미운 오리새끼였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TMI) 및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방사선 누출로 인한 대중의 원자력 기피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변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가 그동안의 원전을 ‘규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이제는 원자력의 이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또 중국과 인도 등 가파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국가들은 계속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앞다퉈 원전 건설을 늘려가고 있다.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규제’에서 ‘이용 확대’로 전환

세계 최대의 원전 국가인 미국은 TMI 사고 이후 30년간 원전 건설을 사실상 중단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원전으로 눈을 다시 돌리고 있다. 안전성에 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지난해 말 미국 상원에 제출된 ‘미니 맨해튼 프로젝트’ 법안은 원전 발전량을 2020년까지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한했다. 당장 원전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전략연구소도 2030년까지 원전 45기를 추가로 세워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고 환경보호국은 2050년까지 모두 180기의 원전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2005년 제정된 에너지법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에 건설비용 보증,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1956년 세계 최초의 원전(콜더홀)을 가동하고 1980년대에는 원전의 발전 비중이 30%가량을 차지할 만큼 원전의 선진국이었으나 탈원전 분위기 등으로 원전 건설이 전면 중단됐었다.

그리고 2003년까지만 해도 에너지백서에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반영되지 않았고 기존 원전의 노후화로 2020년에는 운전되는 원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던 영국 정부가 2008년 1월 2018년 신규 원전 건설 내용을 포함한 원자력백서를 발표했고 오래된 원전을 대체하기 위한 4기의 원전 건설계획을 확정했다.

독일은 2002년 당시 집권 연립정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원자력법을 개정,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지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불과 4년이 지난 2006년 경제부 장관이 원전 폐지정책과 에너지 수급 정책의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연립정권 내의 기독민주당 등은 원자력에 대한 분명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총선 결과 보수연정이 출범하면서 독일은 원전 폐지방침을 수정, 신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역할을 하기 전까지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스웨덴은 TMI 사고 이후 2010년까지 원전 12기를 폐기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1997년에도 전력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원전의 출력을 증강하는 동시에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기하는 에너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9월 총선거에서 승리한 4당이 원자력 폐기정책을 폐기하기로 합의했고 지난해 2월 스웨덴 정부도 이를 공식 결정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고 1990년에는 운영 중이던 원전 4기를 모두 폐기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전력 부족으로 프랑스 등지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2008년 10월 경제개발 장관이 오는 2030년까지 1650㎿급 원전(EPR) 8∼10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위스 역시 지난 1990년 국민투표를 거쳐 신규 원전 건설을 동결했다. 이후 13년 만인 2003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키로 한 법률의 연장이 부결됐고 2005년에는 원자력법을 개정, 원자력정책의 유지를 명문화했다. 4년 뒤인 2007년 2월 스위스 정부는 중장기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결정했고 2008년 6월 게스겐 원전의 인접 부지에 1600㎿급 원전 2기의 건설을 신청했다.

이처럼 각국이 경쟁적으로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려는 이유는 원전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 가운데 원전이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에 대한 대안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도 등 수십기 증설 경쟁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등 경제가 도약하는 시점에 있는 국가들의 원전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 건설에 드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날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잡아야 될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연 10% 안팎의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은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설비를 가장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나라다. 미래 원전시장에서 중국이 주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나 당연해 보일 정도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11개에 불과하지만 향후 51기를 새로 짓기로 사실상 확정한 중국의 원전건설 계획은 가히 ‘고공점프’ 수준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에너지구조를 개선하고 저탄소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크게 높여간다는 입장이다. 202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 발전비중을 6%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인도 역시 만만치 않은 속도를 보이고 있다.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인도는 현재 9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며 향후 18∼2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립해 현재 전체 전력의 3%에 불과한 원자력 비중을 9%로 늘릴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4120㎿ 수준인 인도의 원전 발전용량은 6만3000㎿로 늘어나게 된다. 또 전력 수요 증가율이 연간 16%에 달하는 베트남도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중부 해안지역에 4기, 2025년까지 최대 10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총 20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원전 건설이 한창이다. OPR1000 4기(신고리 1·2호기 및 신월성 1·2호기), APR1400 4기(신고리 3·4호기 및 신울진 1·2호기) 등 총 8기(약 9600㎿)를 건설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약 10기를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08년 말 기준 전체 전력설비용량의 24%인 원전비중을 41%로, 전체 발전용량의 36%인 원전비중을 59%까지 각각 확대할 계획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