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판>“200억을 사이에 둔 황야의 결투”..檢, 시세조종 2명 기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7 16:51

수정 2010.01.07 18:53


“200억원을 사이에 둔 황야의 결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진경준)는 7일 외국계 D증권 상무이사 손모씨(45)와 국내 전선회사 A기업 자금팀장 전모씨(46)를 자본시장통합법 위반(옛 증권거래법상 시세조종금지의무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3년 4월 23일 돈이 필요했던 A기업은 D증권사에 자사 보유의 옛 한미은행 주식 285만주를 226억원(주당 7892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년 만기 콜옵션(주식을 판매한 가격에 되살수 있는 권리) 계약을 조건으로 주식가격이 옵션 만기도래까지 주당 200%(1만5784원)보다 낮게 유지되면 A기업이 매각한 주식을 매각 가격에 재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옵션 계약기간은 2003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1년.

D증권의 경우 만기도래 전까지 주식이 1만5784원보다 높은 가격에 종가결정되면 옵션 계약은 종결(낙아웃)되고 가격이 오른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주식 가격이 계약기간 1년 중 단 하루라도 1만5784원보다 높을 경우 D증권이 거액의 이익을, 낮게 유지되면 A기업이 큰 이익을 보게되는 구조인 셈.

주식은 계약 체결 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마지노선인 1만5784원에 근접했고 옵션 만료 4개월여를 앞둔 2004년 2월19일 임계점에 근접하자 D증권과 A기업이 서로 작전에 들어갔다고 검찰은 전했다.



D증권은 같은해 2월 19일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49분59초에 해당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10만주의 매수주문을 제출, 동시호가 직전 가격을 1만5800원으로 만들었다. 이대로 장이 끝나면 D증권이 거액의 이득을 보는 상황.

A기업은 낙아웃을 막기 위해 10분 후인 2시59분 37초에 보유 주식 35만주를 시장가로 매도주문, 1만5800원이던 주가가 1만5300원으로 급락했다.


이어 장 마감 직전인 6초 후 D증권 측이 주식 93만주를 1만5800원에 매수주문하면서 결국 당일 종가는 1만5800원으로 끝났다. 옵션 계약 종결이냐, 계속이냐를 둔 싸움에서 D증권이 거액(217억원)을 벌어들인 것.

이날의 혈투가 끝나고 한미은행 인수자로 나선 씨티은행은 주식공개매수(텐더오프·Tender Off)를 선언, 한미은행 주식매수가액을 주당 1만5300원으로 발표했다.
A기업이 작전에 성공, 며칠만 더 버텼다면 200억원 넘게 벌 수 있었던 셈이다./hong@fnnews.com홍석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