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대표해 기획재정부 허경욱 1차관이 11년 만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8일 열린 한은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로 동결됐다. ▶관련기사 3면
정부와 한은은 이날 회의에서 경기 전반에 대해 다소간의 시각 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한은이 내심 추진해 왔던 올 1·4분기 금리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 가고 일러도 3·4분기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정부 허 1차관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한은 금통위 회의 때 재정부 차관이 참석해 거시경제 전반에 대해 정부 의견을 전달하는 ‘열석발언권(한은법 91조)’을 행사했다.
허 차관이 참석한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1개월째 사상 최저인 2%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허 차관은 금통위 회의에 참석,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등 경제위기 고비는 넘겼지만 회복 기반이 견고하지는 않아 당분간 확정적 재정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와 투자, 고용 등 민간부문의 회복력 또한 미흡하고 유가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전반에 대한 이 같은 정부 입장은 국내 경기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고 경기 회복세에 비해 기준금리가 너무 낮아 버블(거품) 발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을 누차 강조해 온 한은의 인식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초저금리의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가 없다”면서도 “연소가 되려면 탈 물건과 적당한 온도, 산소공급 등 3가지 요소가 있어야 하며 낮은 금리 수준이 3가지 중 한 가지여서 다른 조건들이 성숙했을 때 혹시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해서도 정부와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지난해 3·4분기까지의 대규모 재정투입 이후에 염려했던 4·4분기의 수요 약화 현상은 없고 경제활동이 완만한 확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올 1·4분기에는 (지난해 4·4분기보다) 성장세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의 경기에 대한 인식 차이가 이처럼 분명하면서 통화정책 권한을 쥐고 있는 금통위가 쉽사리 금리인상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향후 금통위 회의 때마다 허 차관을 참석시켜 사실상 금리인상을 막겠다는 입장이고 선제적 금리인상론을 펴 온 이 총재의 임기가 오는 3월 말 끝나고 참여정부 때 임명된 심훈, 박봉흠 금통위원의 임기 또한 각각 오는 4월 7일, 4월 20일까지이기 때문이다.
황태연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자체 기준금리 전망을 이날 기존의 ‘상반기 인상, 하반기 동결’에서 ‘상반기 동결, 하반기 소폭 인상’으로 변경했다”며 “현재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하고 있어 경제논리를 우선하는 한은의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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