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대학 포커스] 노동일 경북대 총장을 만나다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14 17:33

수정 2010.01.14 17:33

■“우리의 경쟁상대는 서울이 아닌 세계입니다”

“지방보다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에 인재들이 몰리는 바람에 경북대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다소 추락했지만 경북대는 확실히 ‘저평가된’ 우량주입니다. 한강 이남 최고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기에 머지 않아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제16대 경북대 총장으로 일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노동일 총장(62). 그는 경북대가 지역의 한계를 넘어 세계 100대 명문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날의 화려한 영광은 깡그리 잊고 글로벌화와 정보화의 세계에 걸맞은 계획을 수립, 한 걸음 한 걸음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노 총장은 “글로벌 시대를 맞은 오늘날, 경북대가 한국 최고의 대학이 된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북대는 오래 전부터 서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세계로 나가자는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고 말한다.


그는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재학생들에게 일찌감치 해외 현장을 경험하게 하는 한편 해외 명문대학들과 교류협정 및 동·하계 글로벌 캠퍼스, 글로벌 강좌를 통한 교수·학생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세계 100대 명문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노 총장의 굳은 의지는 2009년 개교 63주년을 맞아 선언한 ‘KNU글로벌 도전’에서도 확인된다.

그의 전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교육과 연구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고 교육·연구·지원체제를 혁신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대학 평가기관들이 제시하고 있는 대학평가의 주요 지표인 네이처지, 사이언스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게재 건수, 그리고 대학의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의 노력을 통해 경북대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경북 칠곡 메디컬 타운 조성, 구미 금오공대 부지 8만9256㎡(2만7000평)를 활용한 퓨전테크놀로지파크 조성,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29만4215㎡(8만9000평) 규모의 연구개발(R&D) 캠퍼스 조성을 끝내면 교육·연구 인프라는 완성됩니다. 다음에는 교수와 학생이 하나돼 연구 역량을 높여 나가면 되겠지요.”

경북대는 지난 2008년 상주대와 물리적 통합을 한 데 이어 안동대와는 화학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상주대와 통합이 물리적이다보니 그동안 행정과 재정과 학사를 이원적으로 운영하는 바람에 큰 부담을 느껴왔다. 그래서 노 총장은 상주캠퍼스의 큰 반발을 무릅쓰고 최근 학사 업무를 제외한 행정·재정 체제를 일원화시킴으로써 오는 3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반발이 따르겠지만 행정의 비효율성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또 하나의 과제인 양 캠퍼스의 유사·중복 학과를 통폐합함으로써 점차 대구캠퍼스는 교육기반 연구중심 대학으로, 상주캠퍼스는 생태환경과 축산바이오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시켜 대내외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고 밝힌다.

노 총장은 저평가된 우량주인 경북대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늘 고심한다고 한다. 경북대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연구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훌륭한 교수를 신규임용하는 것 못지 않게 임용 후의 연구력이나 강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발전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교수 재임용, 승진 임용, 정년보장 임용 등에 적용할 심사 기준을 엄격하고 객관적이며 형평성에 맞도록 조정했습니다.”

우수 교원 확보와 함께 우수 인재 유치는 명문대를 만드는 수레의 양 바퀴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지방 국립대들과 연합해 입시 홍보를 하고 있다. 또 글로벌 인재학부 신설, 해외 장·단기 어학연수 지원 장학금 제도인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 확대, 대학원생 장학조교 제도인 KNU RA/TA 프로그램 도입, 입학사정관 전형의 확대 시행도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는 “경북대 하나만 잘 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경북대를 비롯한 부산대·전남대·전북대·충남대·충북대 등 각 국립대학들이 지역의 거점대학으로 살아나야 학생들의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고 강조한다.

경북대는 재학생의 경력을 관리하기 위한 ‘KNU 스마트(KNU Self-MAnaged-caReer-development Tactics)’를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대학 생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성공적 사회진출을 위한 진로 탐색 및 사회진출의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한 학생경력관리시스템이다. KNU 스마트는 교내외 기관에서 개설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자기 개발 활동을 스스로 기록하고 인증신청서를 운영부서에 제출하면 학교 전산시스템으로 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하게 된다.

“학생이 이수한 모든 경험과 주전공 학습활동, 학제 간 학습활동 현황은 물론 지도교수의 평가와 조언 등 학생의 대학생활 전반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데이터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생활관리를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진로를 탐색하거나 사회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 활용할 수도 있고 기업은 대학 교육을 신뢰하게 되지요.”

경북대 복지관 3층에 위치하고 있는 잡 플라자(Job Plaza)도 학생들에게 인기다. 스터디룸 5개, 셀프 모의 면접실 3개, 컴퓨터 140대가 설치된 정보열람실, 세미나실로 구성된 잡 플라자는 진로와 취업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관련활동을 위한 공간을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총장이라는 상아탑의 최고 사령관으로서 대학 경영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을 일반인과 공유하는 데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 매일신문에 ‘노동일의 대학과 책’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주 사회 이슈나 상황에 맞는 책을 선정, 서평을 기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사회 추세에 따라 다수의 대학이 상업적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학문의 전당으로서 대학이 가진 본연의 가치, 즉 지식생산자로서의 존재가치가 있는데 이를 지키고 알리기 위해 서평을 기고하고 있지요. 대학이 사회와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생활 속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지식의 나눔 운동이기도 합니다”고 역설한다.

지난 1968년 전자공학과로 시작해 2001년에 전자전기컴퓨터학부로, 다시 2010년에 IT대학으로 발전해온 경북대의 IT대학은 학문이 사회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 전자와 반도체, 정보통신 산업의 성장과 함께하며 그동안 1만7000여명의 인재를 배출해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을 출신 대학별로 나눌 때 경북대가 서울대를 제치고 1위인 것만 보더라도 그 명성을 알 수 있다.

IT대학은 전자공학 관련 전공인 전자공학부, 컴퓨터 관련 전공을 통합한 컴퓨터학부, 전자전기컴퓨터학부를 전기공학전공 학과로 전환한 전기공학과로 나누어진다.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와 모바일 분야 뿐만 아니라 로봇, 바이오, 나노 등의 기술이 융합되는 산업의 흐름을 이끌어갈 통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덕분에 매년 90% 내외의 높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한편 경북대 교기(校旗)는 신라 문화의 정수인 첨성대를 중앙에, 개교 당시 5개의 대학과 1개의 대학원을 나타내는 6개의 별을 첨성대 주변에 놓아 진리탐구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노 총장은 이 교기처럼 원만한 인격 형성과 경북대인의 긍지와 화합을 토대로 자주색 감꽃잎처럼 활짝 핀 경북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노동일 총장은…

1948년 대구에서 출생한 그는 1972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외무부(현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을 거쳐 1970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경북대 사회과학대학장, 국제대학원장, 정책정보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2006년 9월부터 경북대 제16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대한정치학회장, 민족통일학회 부회장도 지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노동일 경북대 총장은 "인생에 목표가 있는 삶은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결국 기회를 얻게 된다"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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