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금을 관리하면서 정해진 용도 외에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설령 위탁자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라 해도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K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비자금을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사용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이 학교 사무국장 이모씨(65)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이씨는 K대학 학교법인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8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차명으로 관리하던 중 지난 2005년 11월 가족이나 친구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2007년 8월 전액 반환했다.
1, 2심은 비자금 수사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보관방법을 변경해 비자금을 관리했을 뿐 착복할 의도가 없었다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자금 수사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을 구입한 것은 K대학 교비에 속하는 비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위탁자인 학교법인을 위하는 면이 있어도 사용행위 자체가 불법영득(不法領得 ·다른 사람 소유를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고 처분하는 행위) 의사를 실현한 것이어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부동산 구입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해 개인적인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의심이 든다”면서 “이씨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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