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2010 이선수를 주목하라] 뚝심 골프로 제2의 신지애 꿈꾸는 장민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19 15:09

수정 2010.01.19 14:56

“너 살 좀 빼볼래?”

2002년 가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소녀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으로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3녀 중 둘째로 어려서부터 뚝심이 남달랐던 소녀는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고무 티를 치는 연습을 무한 반복하며 스윙을 익혔다. 그렇게 고무 티만 치기를 몇 달여. 싫증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연습을 따라하는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는 그 해 겨울 소녀를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로 보내 실컷 볼을 칠 수 있도록 해줬다. 미국에 가기 전 100타가 훌쩍 넘는 스코어로 고민했던 소녀는 몇 달만에 70타대를 기록하는 싱글이 돼 한국에 돌아왔고 그 때부터 골프 선수의 꿈을 제대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는 장민정의 골프 입문기다.



하나에 몰입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었던 장민정은 골프를 시작한 뒤 특유의 뚝심으로 끊임없는 담금질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영동대 총장배 우승이 유일한 우승이었을만큼 주니어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한 우물만 파면서 기본기를 다졌다.

장민정의 뚝심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건 지난해부터.

지난해 KLPGA 드림(2부) 투어에 데뷔한 장민정은 첫 대회부터 2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15개 대회에서 7차례나 ‘톱 10’에 들면서 상금랭킹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상금랭킹 3위까지 주어지는 정규 투어 풀 시드를 아쉽게 놓친 뒤 시드전에 응시한 장민정은 내로라 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16위에 오르며 올 시즌 정규 투어 시드를 획득하는 실력을 뽐냈다.

“프로가 되기 전에는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 첫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2위를 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최종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하면서 생애 베스트인 7언더파를 쳤는데 그 때부터 ‘나도 잘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이후부터 연습을 진짜 열심히 하게 됐고 제 골프 인생도 달라진 것 같아요.”

올 시즌 KLPGA 정규 투어에 데뷔하는 장민정의 꿈은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되는 것. 신장 158cm로 키가 큰 편도 체력이 빼어난 편도 아니지만 쇼트 게임이 장점인 장민정은 올 시즌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입증해보이기 위해 겨우내 몸 만들기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저보다도 키가 작은 장정 선배나 신지애 선배가 세계를 제패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저도 선배들처럼 되는 게 꿈이예요. 언젠가 선배들 자리에 서서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해야죠. TV로만 봤던 대선배들과 같은 무대에서 겨루게 돼 벌써부터 설레요. 빨리 시즌이 시작돼 필드에 서고 싶어요.(웃음)”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