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금융 여의도’ 폭설잔해 눈살/한민정기자

파이낸셜뉴스

예전 어른들은 일찍 일어나 마당을 빗자루로 깨끗이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깨끗하게 쓸어진 마당은 주인이 그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과 손님들에 대한 예의였다.

지난 4일과 5일 서울에 기록적 폭설이 내린 이후 여의도는 한동안 눈속에 파묻혔다. 거대한 눈밭으로 변한 여의도 보도는 한동안 아무도 치우지 않아 고스란히 얼음판으로 변했고 길거리에서 넘어지는 사람도 속출했다.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한국의 ‘월스트리트’라는 여의도에서 건물 앞의 눈을 치우는 사람들은 건물 경비원들뿐이었다.

그나마도 건물앞 주차장 정도만 치울 뿐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나몰라라 방치돼 있었다. 여의도에서 상징적인 건물이면서 면적도 남부럽지 않게 차지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의 경우에는 건물이 네 면의 인도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그 어느 쪽도 치우지 않아서 넘어질까 사람들이 종종 걸음을 걸어야했다.

거래소 앞 인도는 거래소 소관이 아니라서 치우지 않은 것인지 혹은 너무 넓어서 못 치운 것인지 아니면 눈을 치울 수 있는 경비원의 숫자가 적어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서울시의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제빙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눈을 치우지 않아 생긴 사고에 대해서는 건물주나 상가 임차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또 내 집 앞 길이 너무 넓어서 못치웠다면 내 깜냥에 벗어난 지나치게 큰 집을 갖고 있다는 소리일 뿐이다.

폭설이 내리던 날 거래소에서는 증권업계의 대표들이 모두 모여 팡파르를 울리며 2010년 신년하례식을 가졌다. 각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청계산 등반을 하고 한강변을 달리고 종이 비행기를 날리면서 신년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단 한 곳도 임직원이 함께 눈을 쓸고 청소하면서 새해 다짐을 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고객이 걸어들어오는 길을 깨끗이 닦는 것에서부터 고객 서비스는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아쉬울 뿐이다. 여의도의 눈은 결국 군인들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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