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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구석구석 역사여행 떠나볼까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28 16:40

수정 2010.01.28 16:40

▲ 전북 군산시는 걸으면서 문화유적을 돌아볼 수 있는 구불길을 만들었다. 현재 비단강길, 햇빛길, 큰들길, 구슬뫼길 등 4개의 코스가 완성됐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2월이다. 설로 인한 귀성과 자녀들의 개학을 앞두고 있어 장기 여행을 계획하기에는 부담이 없지 않기 때문. 이럴 때 자기 고장 주변의 근대 문화유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녀들에 대한 체험학습과 하루 정도 코스로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근대 문화유적을 찾아서'라는 테마로 2월에 가볼 만한 5곳을 선정해서 발표했다.

■인천 개항 120년의 흔적을 찾아

인천으로 떠나는 근대문화유적 답사는 '최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인천의 중심인 중구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최초의 것들이 남아 있다. 내동에 위치한 내리교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이고 중구 송학동 응봉산 자락에 위치한 자유공원은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다. 비록 국내 최초는 아니지만 인천 최초의 천주교 성당도 답동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인천과 노량진을 오가던 경인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자장면 역시 선린동과 북성동에 걸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물론 최초의 것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인들의 사교장이었던 제물포 클럽(구락부)과 일본 은행거리 그리고 인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이나타운 등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인천중구청 관광진흥팀 (032)760-7820.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제국의 흔적을…

가족이나 연인끼리 대한제국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것도 의미가 깊다. 근대와 현대를 잇는 서울 덕수궁과 정동길 산책은 덕수궁∼시립미술관∼정동교회∼정동극장∼이화학당∼경교장∼홍난파 가옥∼중림동 약현성당 순으로 하루 코스로 걷기에는 제격이다. 정동길을 따라 경향신문사까지 이르는 정동길은 산책하기 좋은 거리로 손꼽히는 곳이다. 주변에는 덕수궁을 비롯해 옛 러시아공사관, 중명전, 정동교회 등 개화기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유서 깊은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정동극장,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있는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은 약 1.5㎞에 불과하지만 서울에서 가장 낭만적인 길로 꼽힌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극장∼이화여고∼경교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서울에서도 특별하다. 더불어 구한말 역사적 사건들이 거의 이 길을 따라 일어났음을 기억한다면 가벼운 산책을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근현대사 체험학습으로 나들이를 겸할 수 있다. 서울 중구청 관광공보과 (02)2260-2174.

■군산 '구불길'따라 문화유적을…

호남 곡창지대의 쌀이 모이는 전북 군산은 일본 강점기, 수많은 일본인으로부터 수탈당했던 민족의 아픔이 담긴 곳이다. 우리 민족으로부터 빼앗은 부의 축적과 저항의 기록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하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따라 그날의 기억이 담긴 장소들을 더듬어보자. 일본인이 군산의 쌀로 부를 축적했던 공간은 내항 일원과 월명산 아래이다. 당시 조선은행과 군산세관, 히로쓰가옥, 동국사 등이 그곳. 한국인들의 흔적은 일본인 거주지역 밖인 구암교회, 이영춘가옥에서 찾을 수 있다. 구암교회는 28번이나 일어났던 3·1만세운동의 중심지, 이영춘가옥은 소작인들의 건강을 살피고 민간의료보험, 학교급식, 양호교사 등 다양한 의료복지를 실행했던 이 박사의 손때가 묻은 공간이다. 군산시가 만든 구불길을 따라 걸으며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0-6110.

■구룡포의 100년 전 골목여행

겨울철 별미가 많은 고장 경북 포항에는 10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동네가 있다. 과메기가 바람결에 춤을 추는 구룡포 장안동 골목으로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물고기가 많이 잡히던 일제 강점기 때의 건물들이다. 일본인 집단 거주지로 요리집과 세탁소, 치과 등 건물의 흔적만으로도 없는 게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린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구룡포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룡포 공원에 올랐다가 구룡포 해수욕장을 지나면 호미곶이다. 호미곶 광장에서 새로 생긴 새천년기념관에 올라 상생의 손과 인사를 나누고 포항시내로 이동해 죽도시장에서 개복치에 고래 고기, 상어고기를 실컷 구경한 후 싸고 맛 있는 물회 한 그릇을 먹으면 속이 시원하다. 포스코박물관과 보경사 경내, 내연산 계곡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포항시청 관광진흥과 (054)270-2253.

■금강변서 즐기는 빈티지풍 시간여행

충남 논산의 본디 이름은 누런 빛깔의 땅이 많아서 '놀뫼'라고 불렸다. 1914년 일제 강점기 때 한자식 표현을 빌려 '논산'으로 변경됐고 아직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논산시에는 북옥감리교회, 옛 한일은행 강경지점, 옛 남일당한약방, 강경 중앙초등학교 강당, 옛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 옛 강경노동조합, 연산역 급수탑 등 모두 7개의 등록문화재가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연산역 급수탑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젓갈로 유명한 강경읍내에 위치한다. 등록문화재들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일제강점기의 시대상과 흘러간 시절의 향수가 풍성하게 담긴 빈티지풍의 사진을 찍으려는 디지털카메라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문화재뿐만 아니라 이발소, 다방, 가게, 폐가 등의 거리 풍경도 하나같이 지나간 시간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논산시청 관광과 (041)730-3224.

/mskang@fnnews.com 강문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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