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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환율악재 등 ‘도요타 반사이익’ 실종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2 05:50

수정 2010.02.01 22:40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도요타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이유로 사라진 환율 효과와 현지 경쟁업체의 공격 경영이 꼽히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유력한 자동차시장 조사기관인 에드먼드닷컴은 대규모 리콜 사태의 여파로 도요타의 지난달 미국시장 점유율이 2006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4.7%로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더해 부품회사와의 책임 소재 분쟁, 미국 법무법인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지면서 도요타 악재는 이달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 결과는 달랐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현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95% 감소한 4만600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 1월의 7.1%보다 0.5%포인트 낮아진 6.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1월 워낙 뛰어난 판매량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의 성적표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도요타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로 현대·기아차가 지목됐다는 것에 비춰볼 때 1월 판매량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도요타 사태’라는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원인으로는 일단 사라진 환율 효과가 지목된다. 지난해 초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펼쳤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는 타사 대비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지니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차량 구매자가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도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자체적인 차량 구매자에 대한 휘발유 값 지원정책 역시 환율효과가 바탕이 됐다.

반면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이 위축됐고 그만큼 ‘도요타 사태’라는 기회를 살릴 ‘마케팅 자원’이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두번째 원인으로는 경쟁사들의 공격 경영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이 꼽힌다. 미국의 1월 자동차 판매량은 70만1000대로 지난해 1월 대비 7.1% 늘어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도요타 사태가 발생하자 경쟁사들은 일제히 시장 탈환에 나섰다.

우선 포드는 지난달에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한 12만6000대를 팔아치웠다. 퓨전과 토러스 등 경제성 있는 모델들이 도요타의 빈 자리를 비집고 들어갔다.

닛산 역시 13.7% 증가한 6만100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닛산과 미국시장 6위 다툼을 벌였지만 시장점유율 격차는 다시 벌어졌다. 이 밖에 크라이슬러는 5.7%, GM은 8.8%, 혼다는 2.8%의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도요타의 품질에 의심을 가진 미국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인 현대·기아차 대신 포드나 닛산, GM의 제품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현지 소비자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신뢰도가 적정 수준에 올라서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가톨릭대 산업학과 김기찬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빠른 속도로 세계화를 이루어냈고 강한 원가절감 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도요타와 비슷하게 인식되고 있다”며 “도요타 사태를 기회로 삼기보다는 이를 교훈으로 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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