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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용산 전자상가 ‘애플의 공습’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2 17:37

수정 2010.02.02 17:37

지난 1일 서울 용산 전자랜드의 한 디지털기기 가게. 휑한 상가를 상인들만 지키고 있었다. "세상 참 웃겨요. 아이폰 나오면서 아무것도 안팔리니.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도 그렇고 MP3P도 그렇고…. 나올지 안나올지도 모르는 아이패드엔 웬 관심이 그리 많은지." "아이패드가 진짜 나오면 PMP는 아예 없어질 겁니다." '성수기라 물건이 잘나가겠다'는 기자의 말에 상인 둘이 '모르는 소리 말라'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발 '태풍'이 한국 디지털기기 시장의 메카인 용산 전자상가를 덮쳤다.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핵심 소비층인 젊은이들의 관심이 온통 스마트폰에 쏠리면서 소비 공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특히 MP3P와 PMP 시장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들었다. 전자랜드 상가에서 디지털기기를 판매하는 진모씨는 "아이패드 출시 보도 이후 PMP를 사겠다는 사람이 뚝 끊어졌다"며 "벌써부터 아이패드 사겠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나중에 PMP는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진씨가 지난 1월 한달 동안 판매한 PMP는 20여대 안팎. 지난해 한달 평균 40여대를 판매하던 것의 절반 수준이다. 그는 "방학·졸업·입학 특수기에 들어섰는데도 시장은 꿈쩍도 않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다른 상점의 조모씨는 "아이폰 출시 이후 20대 이상 어른이 PMP를 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인 수요가 줄면서 판매도 30%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찾는 사람은 어학기능을 찾는 학생들"이라며 "성인들이 PMP를 사는 건 오락이나 동영상 때문인데 아이폰이 이런 기능들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인터넷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터넷몰 디앤샵(www.dnshop.com)에 따르면 아이폰 출시(지난해 11월 28일) 이후 아이팟터치(MP3P)의 매출은 출시 전에 비해 50%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MP3P 시장규모도 아이폰 출시 후 30%가량 감소했다는게 디앤샵의 설명이다. 다른 MP3P 업체 A사의 지난해 12월 매출도 전월대비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PMP와 MP3P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스마트폰으로 관심이 이동한데다 기능 중복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음악재생, 동영상, 오락 기능은 아이폰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휴대폰 상가의 아우성도 만만치 않다. 지난 1일 무작위 선정한 용산 휴대폰 상가 5곳의 당일 휴대폰 판매를 집계한 결과 이날 팔린 총 20대의 휴대폰 중 7대가 아이폰이었다. 한 휴대폰 상가 관계자는 "아이폰은 팔아봐야 세금 떼고 뭐 떼고 하면 남는게 하나도 없다. 그래도 아이폰을 찍어두고 사려는 손님을 돌려보내기 어려워 판다. 하지만 마진은 정말 약하다"고 전했다. 또다른 상가 관계자는 "아이폰은 취급하지 않는다. 아이폰을 파는 상가는 왜 파는지 모르겠다.
아이폰은 다른 제품에 비해 이익이 3분의 1 수준이다"고 했다.

한편 국내 PMP 및 MP3P 제조업체들은 일단 시장을 관망중이다.
아이폰의 판매규모가 30만대 정도로 크지 않고 아이패드의 국내 도입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아직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보도로 관심이 애플제품 쪽으로 쏠린게 사실이다"면서도 "다만 기능 구분이 명확한 제품들의 시장 수요는 어느정도 유지되지 않겠느냐. 아직은 '휴대폰 대 휴대폰'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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