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지다 보니 서비스 발전 면에서 선진국의 발전속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분야에서 여타 선진국에 비해 발전속도가 뒤처진 일본 시장에서 국내 은행권의 활약은 눈부시다. 한 시중은행 도쿄지점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금융상품이 워낙 다양하고 상품 수명주기가 짧기 때문에 일본에선 이러한 서비스로 경쟁해 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개인 금융자산이 1500조엔(1경9441조원)에 달하는 일본은 여전히 국내 은행권에는 수익창출 가능성이 열린 무한한 시장이기도 하다.
■SBJ은행, 연간실적 한번에 달성
2일 세계에서 2번째로 일본에 현지법인을 세운 신한은행의 현지법인 신한뱅크재팬(SBJ) 은행에 따르면 오는 10일 일본 내 6번째 지점인 요코하마 지점이 개설된다. SBJ은행은 일본 관서쪽에 추가 지점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직원 채용도 늘려 연말까지 직원 수가 현재 120명에서 160∼17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SBJ은행은 지난해 말 1.2%(1년제) 금리의 특판예금 유치 캠페인으로 2000억엔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법인 출범 초기 세운 목표치를 몇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통상 0.5%가 평균 예금 금리인 현지 시장에서 두배가 넘는 금리를 내세운 것도 한 유인이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는 현지법인이라는 강점이 일본 고객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같은 기간 일본 HSBC는 창립 143주년을 기념해 도쿄 현지에서 6개월제 예금을 1.43%의 초고금리에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SBJ의 실적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한다. SBJ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98%가 일본인이며 2%만이 재일동포"라고 밝혔다. 더구나 일본 하네다공항, 후쿠오카의 하카타 여객터미널 등에도 일본 외국계 은행으로는 유일하게 환전소가 입점해 있는 SBJ은행은 하네다 공항에 추가입점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화로 대등 경쟁
시중은행 최초로 1968년 일본 도쿄에 입성한 우리은행은 일본 내 점포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을 비롯해 일본의 유통 대기업인 세븐일레븐 소속 세븐은행, 일본 우정그룹 산하 은행 등과 MOU를 체결해 일본 내 6만대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은행 도쿄지점 관계자는 "현지 6만대 ATM에서 영업시간 중 수수료 없이 입출금이 가능하며 한국으로 실시간 송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일본 내 A은행과 추가로 MOU를 맺어 일본 전역으로 영업권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984년 국내 최초 현지인 지점장을 채용한 하나은행은 현재 여신 비중이 일본인 현지 기업대출 65%, 한국계 기업이 35%일 정도로 현지화돼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 대사관과 협력해 금융위기에 빠진 재일동포 기업들을 돕는 예금유치 캠페인을 펼쳤다. 수익금도 도쿄 한인학교에 기부해 현지 재일동포의 민심을 얻기도 했다.
한편 SBJ은행에 이어 한국계 은행 중 자산 2위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리먼사태 이후 산업은행이 국내 최초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데 주역을 맡는 등 자금 및 기업대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이고 있다.
/powerzanic@fnnews.com
■사진설명=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지역 SBJ은행 본사에서 은행 영업부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 벽에는 SBJ은행의 올해 슬로건(역사의 개막 SBJ, 함께 만들어가자 뉴 뱅크, 사랑받는 은행 SBJ, 고객과 함께하는 뉴 뱅크)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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