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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개도국 넘어 선진국 역진출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3 05:15

수정 2010.02.02 22:29

【도쿄(일본)=안대규기자】 국내 은행들의 해외공략 대상이 개도국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선진국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지다 보니 서비스 발전 면에서 선진국의 발전속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분야에서 여타 선진국에 비해 발전속도가 뒤처진 일본 시장에서 국내 은행권의 활약은 눈부시다. 한 시중은행 도쿄지점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금융상품이 워낙 다양하고 상품 수명주기가 짧기 때문에 일본에선 이러한 서비스로 경쟁해 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개인 금융자산이 1500조엔(1경9441조원)에 달하는 일본은 여전히 국내 은행권에는 수익창출 가능성이 열린 무한한 시장이기도 하다.

■SBJ은행, 연간실적 한번에 달성

2일 세계에서 2번째로 일본에 현지법인을 세운 신한은행의 현지법인 신한뱅크재팬(SBJ) 은행에 따르면 오는 10일 일본 내 6번째 지점인 요코하마 지점이 개설된다.
SBJ은행은 일본 관서쪽에 추가 지점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직원 채용도 늘려 연말까지 직원 수가 현재 120명에서 160∼17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SBJ은행은 지난해 말 1.2%(1년제) 금리의 특판예금 유치 캠페인으로 2000억엔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법인 출범 초기 세운 목표치를 몇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통상 0.5%가 평균 예금 금리인 현지 시장에서 두배가 넘는 금리를 내세운 것도 한 유인이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는 현지법인이라는 강점이 일본 고객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같은 기간 일본 HSBC는 창립 143주년을 기념해 도쿄 현지에서 6개월제 예금을 1.43%의 초고금리에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SBJ의 실적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한다. SBJ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98%가 일본인이며 2%만이 재일동포"라고 밝혔다. 더구나 일본 하네다공항, 후쿠오카의 하카타 여객터미널 등에도 일본 외국계 은행으로는 유일하게 환전소가 입점해 있는 SBJ은행은 하네다 공항에 추가입점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화로 대등 경쟁

시중은행 최초로 1968년 일본 도쿄에 입성한 우리은행은 일본 내 점포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을 비롯해 일본의 유통 대기업인 세븐일레븐 소속 세븐은행, 일본 우정그룹 산하 은행 등과 MOU를 체결해 일본 내 6만대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은행 도쿄지점 관계자는 "현지 6만대 ATM에서 영업시간 중 수수료 없이 입출금이 가능하며 한국으로 실시간 송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일본 내 A은행과 추가로 MOU를 맺어 일본 전역으로 영업권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984년 국내 최초 현지인 지점장을 채용한 하나은행은 현재 여신 비중이 일본인 현지 기업대출 65%, 한국계 기업이 35%일 정도로 현지화돼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 대사관과 협력해 금융위기에 빠진 재일동포 기업들을 돕는 예금유치 캠페인을 펼쳤다. 수익금도 도쿄 한인학교에 기부해 현지 재일동포의 민심을 얻기도 했다.


한편 SBJ은행에 이어 한국계 은행 중 자산 2위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리먼사태 이후 산업은행이 국내 최초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데 주역을 맡는 등 자금 및 기업대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이고 있다.

/powerzanic@fnnews.com

■사진설명=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지역 SBJ은행 본사에서 은행 영업부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
벽에는 SBJ은행의 올해 슬로건(역사의 개막 SBJ, 함께 만들어가자 뉴 뱅크, 사랑받는 은행 SBJ, 고객과 함께하는 뉴 뱅크)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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