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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낀 짧은 설 연휴..유통업계 ‘희비’

오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3 05:50

수정 2010.02.02 22:32

유통가가 설 준비로 분주하다. 특히 주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은 경기회복 조짐으로 올해는 설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치열한 판촉전에 돌입했다. 2일 유통업계는 올해 설 선물 수요가 지난해보다 최고 3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울상을 짓는 곳도 있다. 짧은 연휴 탓에 예전만큼 재미를 못 보게 된 여행업계와 재래시장이다. 또 밸런타인데이와 설 연휴가 겹쳐서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게 된 호텔업계와 속옷업계가 바로 그들이다.


■대형 할인점 '대목', 재래시장 '한숨'

롯데백화점은 설 수요가 지난해보다 약 1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백화점도 설 선물세트 물량을 품목별로 10∼30%가량 늘렸다. 한우세트와 홍삼 등 건강식품 물량도 지난해보다 20% 이상 많이 확보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늘렸고 예약판매 기간에 인기가 좋았던 청과, 정육, 건강식품 등은 당초 물량보다 35%나 늘려 잡았다.

실제 매장 선물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매출을 지난해 설 시즌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롯데백화점은 126%, 신세계백화점은 138% 판매가 각각 급증했다.

대형 마트 역시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달 28일부터 설 선물세트 현장판매에 돌입한 홈플러스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최소 23%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7∼8%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마트 나근태 과장은 "7∼8%면 예년과 비슷한, 적정한 수준의 성장"이라면서 "경기회복 분위기에 맞춰 확실히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은 여전히 불황 속을 헤매고 있다. 추운 날씨 탓에 시장을 찾는 손님조차 뜸한 게 현실이다. 전국상인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국 재래시장의 지난달 업황 전망은 78.5로 한달 전보다 4.3포인트나 떨어졌다. 가락시장의 한 상인은 "설 특수는커녕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설 연휴와 겹친 밸런타인데이

공교롭게도 설과 밸런타인데이가 겹쳤다.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누렸던 유통업계의 고민은 커져 가고 있다.

해마다 20%가량 밸런타인데이 상품물량을 늘려 온 이마트는 올해 5% 수준만 늘려 잡았다. 지난해 부산 센텀시티점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이 새로 생긴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홈플러스는 다소 낙관적인 길을 택했다. 명절 분위기에 맞춰 오히려 수요가 많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주문량을 7% 늘리고 이벤트 매대공간을 5% 이상 확충했다.

홈플러스 제과담당 석봉학 바이어는 "밸런타인데이에 필요한 초콜릿 물량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학생과 직장인 사이에서 주고받던 것들이 올해는 친척들 사이에도 주고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오피스빌딩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의 GS25는 매장 입구부터 5개의 진열대를 동원, 초콜릿 제품을 쌓아 놨다.

반면 서울 잠실 주택가에 위치한 훼미리마트는 계산대와 가장 가까운 매대에 식용유, 스팸 등 설 선물세트를 우선 전시했다.

훼미리마트 측은 "점포에 따라 설 상품이 잘 팔리는 곳과 밸런타인데이 상품이 잘 팔리는 곳이 있다"면서 "본사의 기본적인 방침은 명절과 기념일을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속옷업계 '울상'

연인을 공략한 패키지 상품으로 호황을 누려야 할 호텔업계는 설 연휴 탓에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마케팅본부 이동현 본부장은 "지난해 객실 점유율 95%보다 30%포인트가량 떨어졌다"면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속옷업체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한 속옷업체 관계자는 "밸런타인데이 선물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오는 3월 화이트데이에 맞춰 특별선물세트와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 연휴가 유달리 짧아 여행업계는 근거리여행을 주력상품으로 밀고 있다. 모두투어는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이 특히 인기가 많다.
11일 출발해 14일 돌아오는 코스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nanverni@fnnews.com 오미영 최갑천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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