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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1년..‘한국형 IB’는 없다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3 06:00

수정 2010.02.02 22:33

'한국판'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를 꿈꾸며 만든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본시장법)이 4일로 시행 첫 돌을 맞았다.

자본시장법은 겸업 허용 및 차이니즈월(정보교류차단장치) 강화 등 국내 금융시장 환경변화를 주도했다. 투자자 보호와 규제 선진화를 핵심으로 금융시장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대형화·IB는 '뒷전'

"투자은행(IB)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시도하는 경영진의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금융감독원 김종창 원장이 지난해 열린 서울IB포럼 조찬강연에서 국내 증권사들에 던진 쓴소리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기대했던 증권사들의 대형화와 IB업무 강화는 없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61개 증권사의 자기자본(33조8000억원) 역시 골드만삭스(77조7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증권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탓한다. 위탁매매 의존도도 여전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1년간 국내 증권사들은 위험이 낮은 위탁매매업에 영업력을 집중, 전체 수수료수입 중 위탁매매 비중이 2008회계연도 68.6%에서 2009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는 72.0%로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국내 증권사들의 대형화와 IB업무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기대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규제완화 '한목소리'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도 여전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전체의 80.1%가 앞으로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고 답했다. 규제 완화가 필요한 부문으로는 진입규제 완화(29.5%)를 비롯해 방화벽 규제 완화(22.7%), 투자자 보호 완화(17.6%), 건전성 규제 완화(15.3%), 퇴출기준 마련(13.0%) 등이 꼽혔다.

지난 1년 사이 강화된 '투자자 보호제도'로 △복잡한 투자상품에 대한 설명(32.4%) △번거로운 서류(31.8%) △가입 시 오랜 시간 소요(22.2%) △위험분류기준(13.6%)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증권사 영업점 관계자는 "설명과 서류작성 등 펀드 가입까지 한 고객에게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시간이 많은 가정주부 외에 다른 고객들은 여전히 펀드 가입절차에 대한 불만이 높아 '키 팩트'만 간단히 설명한 뒤 펀드 가입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밝혔다.

학계 관계자도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로 국내 금융업계 경쟁력 강화라는 처음 취지와 달리 자본시장법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원칙적 규제 강화에 치우친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자통법 변화를 꿈꾼다

금융투자협회는 현재 가입서식 등 펀드 판매 간소화를 위해 법 개정을 금융당국에 건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금융사별로 고객분류기준을 특성화하도록 하는 안도 금융업계와 협의해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 이정수 이사는 "펀드 판매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내용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현재 고려 중"이라며 "펀드 판매 간소화 및 금융사별 고객분류 특성화와 함께 펀드 가입확인서 부분도 현실에 맞게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mh@fnnews.com 김문호 안현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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