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크리에이티브 디지털 스토리] (38) 태산LCD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3 17:58

수정 2010.02.03 17:58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기업이 있다.

바로 액정표시장치(LCD)패널에 광원으로 쓰이는 백라이트유닛(BLU)을 만드는 기업 태산LCD다.

태산LCD는 지난 2008년 갑작스러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환율 불안으로 막대한 외환파생상품(KIKO) 가입 손실을 입었다.

워낙 예기치 못한 막대한 손실에 회사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결국 25여년 역사의 태산LCD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수모까지 겪게 됐다. 반기 영업이익 100억원 이상을 거두던 알짜 기업인 태산LCD가 KIKO 손실에 못 이겨 ‘흑자 부도’ 위기에 몰리는 불우한 처지에 이른 것. 돈줄은 막혔고 솟아날 구멍은 없어 보였다.
최고경영자(CEO)인 최태윤 대표도 뾰족한 묘책이 없어 막막했다. 그러나 이대로 넘어질 수는 없었다. 최 대표는 ‘다시 태어난다’는 자세로 동요하는 임직원을 다독이면서 정신 재무장을 새롭게 했다.

그 일환으로 ‘생존 2009’라는 결연한 혁신 슬로건부터 내걸었다. 분기별로 주제를 선정해 변화의 나침반으로 삼았다.

1단계는 ‘위기공감대 형성’, 2단계 ‘자신감과 믿음’, 3단계 ‘화합과 단결’ 등 주제로 임직원들을 결속시키며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을 찾아 나섰다. 그 다음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생산공정을 고효율 구조로 완전히 뜯어고치는 일이었다. 하지만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생산공정을 바꾸긴 어려웠다. 그렇다고 장비를 줄일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생산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태산LCD는 BLU만 만들어 삼성전자에 공급하던 것을 BLU와 LCD패널을 모듈로 만들어 TV제조사에 통째로 공급하는 일괄생산체제로 환골탈태했다. 이는 TV가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소재에서 부품으로 연결되는 물류상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

태산LCD의 생존을 위한 피나는 노력은 유휴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신규 투자 부담을 대폭 줄여줬다.

아울러 생산라인을 기존 자동 설비에서 수동 컨베이어 방식으로 변경하는 변화를 줬다. 이에 더해 164m의 생산라인을 65m로 줄여 신개념의 ‘저비용 지능형 간이자동화’ 라인을 완성했다.

이뿐 아니라, LCD 검사 장비와 패널 구동장치 설계를 통합·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경비를 절감하면서 효율은 극대화했다.


벼랑끝에서 생존에 성공한 최 대표는 “뜻하지 않게 위기를 맞았지만 삼성전자가 끝까지 태산LCD를 신뢰하면서 지속적으로 물량과 기술혁신 지원을 해준 것이 힘이 됐다”고 들려줬다. 최 대표는 이어 “지난해 생존의 시기를 뛰어넘은 만큼 올해엔 경영 전반의 프로세스 혁신활동 강화를 통해 재도약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사진설명= 3일 충남 아산 음봉면 소재 태산LCD 공장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제품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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