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선진국 30년’ 일본에 듣는다] (中) 이케모토 유키오 도쿄대 교수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3 19:34

수정 2010.02.03 19:34

[도쿄(일본)=안대규기자] 이케모토 유키오 도쿄대 동아시아 경제 및 통계학 교수는 '지역통화'도입이 '마이크로파이낸스'사업보다 서민경제 활성화에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케모토 교수는 지난 1일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마이크로파이낸스사업보다 지역과 저소득층 등 민생 경제를 함께 활성화시키는 지역통화 도입이 효과적이었다"며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특히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등의 '담보위주'의 영업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담보대출 경쟁 등으로 은행 고유의 기능인 자금중개 및 서민금융을 외면한 책임이 크고, 부동산 버블 등을 형성할 우려가 크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케모토 교수는 현재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에서 경제학과 통계학을 강의하며, 동아시아 발전도상국의 빈곤 문제와 일본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선 금융위기 이후 민생경제 회복 차원에서 한국적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인 미소금융 등 서민정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마이크로파이낸스가 나라마다 효과를 얻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사례도 그렇고, 최근 스페인도 왕실 차원에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인력을 파견받아 독자적인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시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아직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지역통화를 활용하면서 서민과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를 한꺼번에 살린 경험이 있다. 어려운 지역에 '지역 통화'를 도입하면 그 지역에서만 유통되기 때문에 지역 소비가 활성화된다. 수도권만 잘되는 국가에는 유용한 정책이다. 특히 저소득층을 돕기 위한 사회공헌이 지역통화를 통해 시행하면 효과가 아주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는 글로벌 충격에 취약하다. 대책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처음 일본도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수출주도형 경제를 추구해왔다. 그러다 1980년대 내수정책 위주로 정책 트렌드를 바꿨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버블과 은행 부실채권으로 정책 과도기에 혼란도 겪었다. 글로벌 충격에 강하려면 많은 외화가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외화획득의 한 수단으로 관광업 진흥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한·일 양국은 거대한 중국 시장을 곁에 두고 있다. 일본은 최근 한국의 인천공항이 아시아 허브 공항 역할을 함에 따라 많은 중국관광객을 빼앗겨 이에 대한 시정의 목소리가 높다. 일반적으로 어느 나라든 일본을 거치기에 앞서 인천 공항을 경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서민금융기관들이 본업인 서민대출보단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이나 자산운용, 유가증권투자 등 수익사업에 골몰해 최근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도 예전에는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이 많았으나 서민금융기관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만을 믿으며, 담보대출 위주로 '편한 장사'만 했다. 특히 실물로 자금중개 기능이라는 은행 본연의 임무 역시 과거보다 많이 약해졌다. 한국의 은행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 은행들도 최근 금융에 대해 예전보다 무지해졌다. 은행들이 안전한 담보위주 대출만을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서민금융 기능이 많이 약해졌다. 회사에 대한 장래성 등을 평가하지 않고 간단한 부동산 담보만을 기초로 대출해주다보니 은행권의 리스크관리 실력이 낮아졌다.

―일본의 해결책은.

▲일본은 서민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들도 중소기업대출을 회피하자 민주당이 주축이 돼 강력한 법을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등의 금융원활화 임시 조치법안'이 그것이다. 최근 시행된 이 법안의 골자는 3년간 중소기업이 갚지 못한 채무에 대해서 금융기관들이 향후 3년간 채무상환을 유예해주는 내용이다.
이 법이 생김으로써 정부는 은행의 실물지원 역할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재역할보다는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데 열중한 탓에 금융위기가 온다.
금융버블도 금융기관 탓이다. 따라서 정부의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

/powerzanic@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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