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세종시 격돌..정운찬 "정치집단 보스따라 간다"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4 16:04

수정 2010.02.04 16:38

4일 열린 2월 임시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 여당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과 야당 의원들은 정운찬 국무총리를 향해 총공세를 벌였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 21일째 단식 중인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단상에 올랐으며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삭발을 감행한 채 질의에 나섰다.

친박계 유정복 의원을 포함, 야당 의원들과 정 총리 사이에는 감정적 표현과 고성이 오갈 정도로 격론이 벌어졌다.

양승조 의원은 “수도권의 생산성은 1980년에 비해 24%나 추락했고, 비용은 32%나 상승했다”며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촉구했다. 양 의원은 또 국론 분열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2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통과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정범구 의원은 “전국의 각 지역을 골고루 대표하는 우리 국회의원들부터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이 될 세종시로 옮기자”며 국회 이전을 공개 제안했다.


답변에 나선 정 총리는 의원들의 비판에 강한 어조로 단호히 대응했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만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설전을 벌였다. 정 총리는 유정복 의원이 “충청도민들이 정부의 얘기를 믿지 않는다”고 하자 “(충청도민들은) 수정안이 원안보다 좋다고 알고 있지만 정치인들이 가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어 도민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유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통과 가능성이 낮다”며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묻자 정 총리는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 없다. (저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걱정 말라”고 일축했다.

친이계 김정권 의원이 세종시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하자 정 총리는 “7년 전 세종시 문제가 나온 것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또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야권 외에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선출직들은 표를 많이 얻어야 한다. 왜 그것이 문제냐”고 따졌다. 정 총리는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뜻이다.
중앙행정부처를 서울과 세종시에 분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 총리의 충청권 방문에 대해 “수천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계란세례까지 받았다.
부끄럽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정 총리는 “무엇이 부끄럽나? 지역 정치인 여러분들이 비합리적으로 주민들의 여론을 오도하는 방법으로 유도하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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