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지자체 ‘호화청사’ 무엇이 문제인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4 16:47

수정 2010.02.04 16:47

‘호화청사’ 신축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지자체에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지자체의 호화청사 신축은 호화빌딩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에너지 낭비를 조장하는 설계 구조가 더 큰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점을 연일 질타하고 있다. 3일 녹색성장 위원회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는 이런 청사를 지은 지자체장들을 가리켜 “시대인식이 부족하다”고까지 말했다.

감사원의 특별 감사대상으로 검토되는 지자체는 작년에 3222억원을 들여 청사를 신축한 경기 성남시를 비롯, 24곳이 된다. 여기에는 최근 청사를 새로 지은 지자체 12곳과 서울시 등 현재 청사를 건설 중인 12곳 등이 우선 포함된다.
그러나 대형 호화 청사의 필요성이 과연 지자체 본연의 임무와 얼마나 부합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감사 대상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민 서비스가 핵심 기능인 지방 관공서는 질박하고 실용적인 게 우선이지 건축미는 그 다음이다. 최근 이런 상식이 무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일부 지자체 장들의 비뚤어진 업적 쌓기가 문제다. 분수를 벗어나는 호화 청사를 지은 어떤 시장은 “내가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닌데 큰 문제 될 게 있느냐”는 식으로 변명한다. 자신의 임기 내 업적을 후세에 남기고 싶었다는 뜻을 숨기지 않는다. 민자를 유치해 100층 청사를 짓겠다는 안양시의 계획도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이번에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갑자기 개발 붐을 타고 수입이 늘어난 일부 지자체의 현시욕(顯示慾)도 문제다.
비교적 형편이 좋다는 경기도의 재정 자립도가 매년 하향곡선을 긋는 동안 오히려 도내 31개 시·군 지자체의 그 것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골프장 건설 등으로 개발 이익을 얻는 곳은 아직 재정 자립도가 만족스러운 수준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일단 호화 청사부터 짓는다.


나라가 환난에 부닥치면 궁궐을 호화롭게 짓지 않았나 하늘을 우러러 반성했다는 고사는 거론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 ‘멋쟁이 높은 빌딩’이 최소한 에너지 절약을 실천에 옮겼는가, 경제적 효율은 극대화 했는가, 시·군민의 민원처리에 크게 보탬이 됐는가, 그 돈을 주민 복지에 돌렸으면 얼마나 보람있게 썼을 것인가는 따져 보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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