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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숙의 원스어폰어뮤지컬] 올 댓 재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4 17:05

수정 2010.02.04 17:05

'올 댓 재즈(All that Jazz).'

낯익은 이름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서울 이태원의 유명 재즈클럽. 1970년대 중반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도 외국의 숱한 재즈 뮤지션이 즐겨 찾고 있는 한국의 '블루노트'. 딱 10년 전 국내 대형 뮤지컬 제작사가 무대에 올렸던 갈라 콘서트 이름도 올 댓 재즈다. 1970년대 말 미국의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가 만든 영화 제목도 올 댓 재즈. 그렇다면 뮤지컬 '올 댓 재즈'는? 밥 포시를 추앙해 온 뮤지컬 안무가 서병구씨의 첫 연출작이지만 밥 포시 영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스모그가 낮게 깔린 무대 위 소품은 참 간소하다. 중앙엔 달랑 전신 거울 네개가 전부다.

상반신 비너스 마네킹은 한쪽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다. 거울은 극에서 많은 역할을 해낸다. 그중 과거로 들어가는 시간의 통로 역은 거울의 가장 중요한 배역이다.

케이블방송 PD인 서유라는 국장의 명을 받고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취재대상은 바로 세계적인 안무가 유태민. 그의 안무를 집대성한 '올 댓 재즈' 공연을 앞둔 시점이어서 언론사 인터뷰 경쟁은 치열했다. 유라에게만 허용된 단독 취재. 신이 나서 펄펄 뛰어도 모자랄 판에 유라의 표정은 우울하다. '유태민, 그를 만나게 되다니….' 태민은 과거 유라의 댄스 파트너였고 한때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간 태민의 일방적인 연락 두절로 고통스러워했던 유라는 이제 성공한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상황인 것이다. 뉴욕서 다시 만난 두 사람. 그리고 서서히 태민의 아픈 과거가 벗겨진다.

서병구씨는 "한 예술가의 성공과 내면의 아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성공 스토리가 아주 친절하게 설명된 거 같진 않다. 하지만 공연 1시간4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유쾌했다. 일등공신은 배우들의 춤이고 노래고 유머일 것이다. 음악은 1930∼40년대 스윙 재즈풍이다. 밥 포시 스타일의 느리면서 관능적인 춤과 서병구식 빠르고 경쾌한 춤들이 잘 섞여 있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유라가 뉴욕에 도착해 거울을 보면서 회상할 때 부르는 '바이바이 블랙버드'의 우리말 버전 '그땐 그랫지'나 태민·데이빗·유라가 각자 허공을 응시하며 노래하는 '심장이 녹아버린다는 말 들어봤나요'는 중독성이 강하다. 태민 역의 문종원은 강렬한 눈빛을 발사한다.


가볍고 경쾌한 시간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올 댓 재즈'는 실망감은 주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진지한 그 무엇을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신중하시길.

/jin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