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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電 기술유출,‘X-레이 검색’ 도 협력업체 ‘흑심’ 못 읽었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5 05:50

수정 2010.02.04 22:55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이 잇따라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른 주요 기업들도 ‘기술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대상이 ‘삼성전자’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동종업계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만큼 보안체계에서도 ‘으뜸’으로 알려져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첨단 삼성, 언제나 타깃 겨냥

전문가들은 우선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는 위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하우를 빼내기 위해 혈안이 된 후발주자들의 ‘타깃’이 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이나 대만 등 후발국 기업은 우리 기업을 ‘먹잇감’으로 노린지 오래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비용 또한 상당하다. 한국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 R&D 비용을 가장 많이 쓴 기업으로 조사됐다. 올해에도 7조원대 이상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첨단 기술이 많고 끊임없이 새 기술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하늘에서 독수리가 먹잇감을 노리며 빙빙 돌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보안을 회사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어느 기업보다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신분증 인식 후 출입이 가능한 게이트와 X레이 검색대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메모리카드를 휴대할 수 없도록 한 삼성전자 규정은 좋은 보안사례로 꼽힌다.

■기술유출, 직원 개입은 정석?

최근 문을 연 삼성 서울 서초동 사옥은 직원들 몸무게까지 시스템에 입력한 뒤 출퇴근시 변화 여부를 체크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사 보안체계를 스스로 노출하는 법이 없다. 구체적인 보안시스템 정보나 운용방법 공개는 그 순간 뚫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처럼 철저한 삼성전자도 기술유출이라는 범행을 막지 못한 것은 인적관리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를 비롯, 대기업들은 입사 초기 비밀누설금지 서약서를 제출케 하고 퇴사할 때는 동종업체 취업 및 경업(競業) 금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 산업기밀 및 영업비밀 유출은 전·현직 직원이 주체가 되는 경우가 83.3%에 이를 정도다.

더구나 협력업체 직원 관리는 상대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시 출입권한을 갖고 있고 핵심기술자와 접촉이 어렵지 않은데다 파견근무가 이뤄지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들 역시 내부자로 봐도 무관하지만 상대적으로 허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삼성전자 기술유출사건 2건 모두 삼성전자 직원들이 개입된데다 협력업체가 유출 통로 역할을 하거나 직접 범행을 주도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다만 삼성전자이기 때문에 그나마 해외 직접 유출 등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신현구 팀장은 “삼성이어서 이 정도에서 그쳤다고 볼 수 있다”며 “다른 기업들은 그야말로 ‘줄줄’ 새고 있다고 할 정도로 보안의식이 낙후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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