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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기자의 생생 이색직업] (38) 영화 해외마케터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5 18:48

수정 2010.02.05 18:48

한국영화가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이한 이후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졌다. 특히 한류가 아시아권에서 문화적 트렌드로 대두되면서 한국 영화를 찾는 해외 마니아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한국 영화를 해외에 소개하고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 한국 문화를 수출하는 김소영 쇼박스 대리(32).

8년전 대학을 졸업한 후 김 대리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영화 해외 마케터라는 직함을 갖게 됐다. 그는 “졸업 당시 외환위기의 취업대란으로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한 제작사에서 한국영화의 해외수출 업무 쪽으로 채용을 한다는 소식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리가 이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잠재적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공연, 방송, 영화 등 다양한 문화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연극동아리, 방송·영화 제작사 인턴 등의 경험이 있었다.


김 대리의 주 업무는 한국 영화를 해외에 소개하고 바이어들을 만나 수출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는 “회사가 해외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영화들의 수출이 주요 업무”라며 “아시아쪽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판권계약 자체의 업무 외에도 영화를 해외 바이어들과 전세계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에게 알리기 위한 사전 마케팅, 그리고 계약 및 영화제참가 이후의 현지 개봉, 상영을 위한 후속업무가 단계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 대리는 작품의 해외 시장성 분석부터 영문제목, 해외용 홍보물 기획·제작관리, 영업, 유통까지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 대리는 “한국영화의 수출 계약 체결은 주로 필름마켓이라는 전시에서 이뤄지는데 해마다 칸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 및 마켓에 참가, 각지의 영화인들과 함께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것이 영화 세일즈의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수많은 나라를 방문하는 그는 문화 수출의 역군이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체력 소모가 큰 직업이라고 말한다. 김 대리는 “역마살 낀 사람처럼 돌아다니며 지역별 시차에 맞춰 일해야 되니 체력적인 소모가 큰 편이고 개인적인 시간관리가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해외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는 네이티브까진 아니어도 편안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의 중상급이어야 되며 중국어나 일어 등 제2외국어가 가능하면 유리하다고 김 대리는 전한다. 또 순발력 있는 사고를 요하는 직업이라 자격증보다는 동아리 활동이나 여행, 아르바이트를 통해 다양한 견문을 쌓고 책이나 영화를 많이 접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영화 해외마케터는 독립해서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한다. 김 대리는 “마음과 뜻이 맞는 국내외 감독님들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해외 프로듀서 혹은 코디네이터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일을 택했을 때 취미가 직업이 되면 안된다는 그리고 환상을 버려야 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오히려 약간의 이상주의와 낭만주의가 이 일을 즐기고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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