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거래소의 국회 따라하기/안현덕 기자

안현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5 18:51

수정 2010.02.05 18:51

‘날치기’는 우리나라 정당이 선호하는 단골메뉴 중 하나다.

중대 사안을 중심으로 정당간 분쟁이 발생될 경우 빠지지 않고 등장해 왔다. 의원들끼리 힘(?)을 합쳐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어 ‘날치기’는 이미 다수당이 즐겨 사용하는 히든카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목적 달성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국내 정당정치의 씁쓸한 단면이다.

한국거래소가 임시주주총회 개최 후 국내 후진 정치를 벤치마킹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본부장 선임 관련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며 돌연 연기 선언과 뒤이은 장소 변경, 임시주총 개최, 본부장 선임안 통과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단일노동조합이 임시주총 시작 전 시위를 벌이자 돌연 연기를 선언했다. 한국거래소 단일노조는 물론 임직원들이 술렁이자 퇴장하는 대위원들과 함께 한국거래소 이창호 경영지원본부장이 자리를 옮겼다. 이동한 장소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진수형 전 한화증권 대표와 박종길 전 동부증권 부사장을 각각 파생상품시장 본부장 및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한국거래소는 왜 이 같은 악수를 두었는지 의문이다.
한국거래소가 밝힌 김봉수 이사장과 유흥열 노조위원장의 면담 지속 및 노조 대회의실 문앞 농성으로 개회가 어려웠다는 이유도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의 답변에 다만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다수당 의원이 “국가 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말만 머리를 맴돈다.


본부장 인사에 이어 조직 개편, 미래비전 제시 등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한국거래소에 정말 필요한 것은 국내 후진 정치를 따라하는 게 아닌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이 아닐까.

파행 주총은 글로벌 선진 증시로의 도약을 눈앞에 둔 한국거래소의 모습은 아닌 듯하다.

/always@fnnews.com 안현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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