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우측보행,글로벌 문화 정착] (1) 송파구청의 선도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7 16:24

수정 2010.02.07 16:24

지난 1921년 일제 강점기 때부터 시행된 좌측보행이 88년 만인 지난해 10월 1일부터 지하철역 등 다중 이용 여객시설을 중심으로 우측보행으로 바뀌어 시범실시되고 있다. 정작 일본은 이미 1946년부터 우측보행을 실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습관화된 좌측보행, 한번에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정착까지는 멀다. 이에 따라 파이낸셜뉴스는 우측보행 추진의 계기, 지자체 노력, 문제점 및 해결책 등을 5회에 걸쳐 진단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편집자주>

정부 결정에 따라 우측보행 시범실시에 이어 오는 7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게 된 데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컸다. 서울 송파구다.


송파구는 이미 민선 4기 첫해인 지난 2007년 7월부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우측통행을 주장했다.

당시 김영순 송파구청장은 구청장 취임과 함께 구정 운영 구상에서 간단한 결론을 얻었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겪는 불편을 개선시키자는 것이 그것이다.

최우선 구 정책 과제로 채택한 것이 ‘우측 보행’으로 취임 열흘 만에 우측보행 실천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자치구 처음이기도 하지만 전국에서도 최초의 일이다.

이어 8월에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에 지하철역의 좌측보행 시설물을 우측보행에 맞게 정비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9월에는 대통령 비서실·국토해양부·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경찰청 등 중앙부처 해당 기관에 우측보행의 전국적 확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론 송파구 관내에서는 이미 우측 통행에 필요한 제도정비를 마치고 구민 계도를 시작, 구립 유치원에서는 우측보행을 생활화시켰다.

김 구청장은 “당시 송파구 관내 구립 유치원을 다녔던 어린이들에게 가장 미안했다”며 “어린이들이 유치원에서는 우측보행을 배웠지만 초등학교 입학 뒤 학교에서는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의 혼란이 얼마나 컸겠는가라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고 술회한다.

유용기 송파구 공보과장은 일제가 우리에게 좌측통행을 강요했던 것은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사무라이는 좌측 허리에 칼집을 차고 다녔는데 우측으로 걸을 경우 마주 오는 사무라이가 차고 있던 칼집과 부딪치게 되고 이럴 경우 시비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일본은 이런 시비를 피하기 위해 좌측통행을 고수했고 이 같은 일본인의 보행 문화를 우리에게도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오른손잡이여서 무거운 짐을 오른손에 든채 좌측통행을 할 경우 마주오는 사람과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 좌측 통행 자체가 맞지 않는 보행 방법이라고 유 과장은 설명했다.
특히 우측보행은 보행자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으로 우측보행을 하면 교통사고는 20% 줄고 보행속도는 1.2배에서 1.7배 정도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우측보행의 필요성을 역설한 송파구의 정책건의를 받아들였다.
국토해양부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지난해 4월 29일 우측보행으로 보행 문화를 개선키로 결정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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